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목적을 따라 도덕의지로써 인간을 다스리십니다. 이 일을 위하여 하나님은 인간이 행한 선악 간의 모든
일을 판단하시며 인간이 지성과 의지로써 창조목적에 이바지하며 살도록 통치하십니다. 이것을 하나님의 도덕적 통치라고 부릅니다.
De Gubertione Dei Morali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
저희는 부패하고 소행이 가증하여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
(시 14:1)
저자 서문
어느 해 봄날이었습니다. 고통 가운데 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ꡒ나 개인의 삶 속에서는 언제나 하나님이
살아계셨고 당신의 공평을 따라서 내게 행하셨는데 정말 다른 사람들도 하나님이 이렇게 다스리실까?ꡓ 이런 질문은 저만의 질문이 아
닐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존재하신다는 것은 믿지만 정말 살아계셔서 인간 세상을 당신의 공평과 공의로써 통치하고 계
시다는 사실은 전적으로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시편 기자가 경험했던 회의에 빠지게 됩니다.
ꡒ하나님이 참으로 이스라엘 중 마음이 정결한 자에게 선을 행하시나 나는 거의 실족할 뻔하였고 내 걸음이 미끄러질 뻔하였으니 이는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오만한 자를 질시하였음이로다ꡓ(시 73:1-3).
그러면서 저의 사유는 시작되었습니다. ꡐ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를 통치하신다면 그 증거는 무엇일까?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하나님의 통치를 이해할 수 있고, 거기에 순종할 수 있을까? 그리고 거기에 거스르고 불순종하는 악한 자들의 말로는 무엇일
까? 하나님을 사랑하지만 때때로 불순종하고 넘어지는 사람들을 다시 하나님의 창조목적으로 돌이키게 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은 무엇
일까?ꡑ 이러한 의문이 저의 사유의 대상이었습니다. 여러 달 동안은 이 주제에 천착하며 탐구와 사색으로 보냈습니다. 거기서 발견되
는 빛만큼 제 영혼은 불변하시는 하나님의 진리에 떨며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동안 신학적으로 정리되지 않고 있었던 다
른 여러 중요한 주제에 대해 사색하고 탐구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였습니다.
특별히 영원에 대한 사색은 저로 하여금 모순이 있어 보이는 인간사를 초월하여 온 땅과 하늘 위에 홀로 영원하시고 무한하시며 불변하
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관상(觀想)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원한 영광 앞에 저의 의문이 안개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산책을 하며 홀로 중얼거렸습니다. ꡒ그래도 하나님은 살아계시다.ꡓ
우리의 신앙은 우리의 육신의 눈으로 보는 것들에 매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유한하고 부패하는 잠세적(暫世的)인 사물 너머에
있는 그 사물의 의미를 생각하고 그것들을 이 땅에 있게 한 영원 자체이신 하나님을 앙망하여야 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은 그 무한
한 영원을 경험하고 자신의 존재의 목적을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부합시키는 유일한 원인입니다.
그러므로 온 하늘과 온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누리는 행복은 진통제로 인한 마취 효
과 같은 것입니다.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은 영혼의 아름다움이며 한 인간의 삶의 가치는 그 사람 안에 있는 선한 의지의 힘에 달렸으
니, 이는 그 마음이 끊임없이 하나님과의 합일을 꿈꾸며 영원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한 신자로서 주님을 닮기 위해 진리를 찾아가던 한 구도자의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홀로 이 길을 걸어오지 않았습니
다. 저와 같이 이 구도의 길을 걸었던 선배들의 충고와 조언을 지팡이 삼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도움으로 말미암
아 제가 깨달은 어떤 깨달음들은 그분들이 미처 보여 주지 못했던 부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철학을 시녀로 삼
는 ꡐ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추구ꡑ, 곧 ꡐ철학적 신학ꡑ을 향한 저의 첫 작품이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철학은 복음의 지혜와 비교될 수
없으며 하나님의 진리의 빛에 의하여 책망받고 교정되어 새로 해석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아는 참된 지식에 의해 책망받고 새롭게 해석된 철학은 신학을 위한 훌륭한 몸종입니다. 오늘날 신학이라는 귀부인은
하인 없이 몸소 이 일 저 일을 행함으로 품위도 맵시도 흐트러졌고, 그래서 고고한 품위를 잃어버렸습니다.
오히려 성경 진리에 의해 책망받지 않은 거만한 철학이 귀부인께 마구 대들고 행패를 부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리의 힘은
사람의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의 핵심은 하나님의 지혜인 복음입니다.
사려 있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철학이 하나님의 학문 중 최고의 학문인 신학을 위해 시녀처럼 잘 봉사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
게 된다면, 그것은 저에게 매우 기쁜 일이 될 것입니다. 부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천착했던 거룩한 삶을 위한 이 중요한
주제에 마음을 모으게 되기를 바라며, 모순과 갈등이 많은 세상에서 영원히 창조세계를 다스리시는 영원하신 하나님 한 분을 사랑하고
섬기며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2007년 4월 23일
그리스도의 노예 김남준
추천의 글
김남준 목사님은 항상 우리 신학교수들을 부끄럽게 한다. 큰 교회를 맡아 목회상의 책임이 산더미 같은 중에 언제 이처럼 깊고 방대한
연구를 통해서 책을 써 낼 수 있는지 불가사의하다.
이번에도 그렇다. 학자들도 읽기 쉽지 않은 아우구스티누스, 조나단 에드워즈, 존 오웬 등의 지난 세기의 저작들을, 영어는 물론이고 심
지어 라틴어 원서까지 독파하여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아마도 김 목사님은 학자적 목회자의 전형인 것 같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잠자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의 남다른 열심과 헌신이 이러한 결실을 가져왔으리라 생각한다.
존 거스트너의 책 제목인 『The Rational, Biblical Theology of Jonathan Edwards』가 보여 주듯, 조나단 에드워즈의 저술들의 두 흐
름은 성경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으로 나뉜다. 부흥론, 종교적 감정, 그리고 그의 설교들에 나타난 참 회심과 참 부흥에 관한 그의 저술
들은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것들이다.
한편 그의 자유의지론, 원죄론,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목적, 참 미덕론 등은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접근과 진술이 철학
적이다. 형이상학적 사변에 천재였던 에드워즈는 기독교의 주제들을 일반인들에게는 난해하게 여겨질 정도로 깊이 있고 논리적으로 다
룸으로써 미국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철학자들의 반열에 속하게 되었다.
김 목사님의 이번 저술, 『하나님의 도덕적 통치』(De Gubernatione Morali Dei)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철학적 신학의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진술이 논리적이고 다소 사변적이어서, 보통 성도들이 작심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달려들지 않는다면, 읽기
에 쉽지 않을 것이다. 조직신학 교과서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저술은 기독교 신앙과 목회가 전반적으로 가볍고 피상적으로 다루어지는 이 시대에 아주 예외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의 근본적인 주제들에 대해 이처럼 진지하고 심각한 관심을 가지고 파고드는 신학자적인 목회자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이 책이 말씀의 사역자로 살아가고 또 살아가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기독교의 진리와 복음의 계시에 대해 더욱 엄숙한 자세
를 갖게 하는 시대를 열어 주기 바란다. 이러한 무게 있는 작품이 나오기까지 남모르는 희생과 땀 흘리는 대가를 치렀을 김 목사님의 노
고에 치하를 드린다.
-고려 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 양낙흥
현대는 대화의 시대입니다. 대학에서도 다양한 학문들 사이의 대화의 소리가 높습니다. 인문학이 자연과학과 대화하고 사회과학이 공
학, 의학과 대화합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대화를 통해 서로는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서로에게 가르침을 베풀면서 서로를 풍
요롭게 해줍니다.
이처럼 도처에서 대화의 소리가 높지만 한국에서 신학과 철학 사이의 대화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학과 철학도 대화
를 나누어야 하고 여기저기서 둘 사이의 대화 소리가 크게 퍼져 나가야 합니다. 둘 사이의 대화는 둘 다를 풍요롭게 해줄 것입니다. 둘
사이의 대화로 신학은 이성적 개념을 통해 신앙의 뿌리를 보다 더 명료하게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철학은 이성으
로 파악될 수 있는 세계 너머에 이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오묘한 신비의 세계가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자신의 오만함을 떨쳐 버리
고 진정한 의미에서 비판적인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학과 철학이 모두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루는 학
문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진정한 대화는 참다운 현대인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신학과 철학 사이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ꡒ존재ꡓ, ꡒ시간ꡓ, ꡒ이성ꡓ, ꡒ오성ꡓ, ꡒ분석ꡓ, ꡒ종합ꡓ,
ꡒ경향성ꡓ, ꡒ덕ꡓ, ꡒ선ꡓ, ꡒ악ꡓ 등 철학의 핵심적인 개념을 사용해 ꡒ창조ꡓ, ꡒ사랑ꡓ, ꡒ구원ꡓ, ꡒ계시ꡓ, ꡒ은혜ꡓ, ꡒ영광ꡓ, ꡒ율법
ꡓ, ꡒ상급ꡓ, ꡒ형벌ꡓ 등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개념을 해명하고 이를 통해 기독교 윤리학을 전개해 나가면서 기독교 신앙인이 살아
갈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철학적 반성 없이 살아가는 기독교 신앙인들뿐 아니라, 신앙 없이 철학적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을 줄 것입니
다. 이 책은 우선 철학이 없는 신앙인에게 자신의 신앙을 돌이켜보고 그것을 보다 더 명료한 형태로 떠올리면서 참다운 신앙의 길이 무
엇인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신앙 없이 철학적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근원적인 삶의 차원인 신
앙의 세계가 존재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신학과 철학 사이의 대화를 추진하려는 김남준 목사님의 노력이 앞으로 더욱 더 큰 결실을 맺게 되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이 책의 출
간을 계기로 이 땅에서 철학과 신학 사이의 대화뿐 아니라, 철학과 다양한 종교들 사이의 대화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이 주제와 관련된
많은 책들이 출간되어 메마른 현대인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이남인
목차
제1장 하나님의 도덕적 통치 I. 도덕적 통치란 무엇인가?
A. 도덕적 통치의 정의
B. 도덕적 상태의 중요성
II. 도덕 의지와 지성
III. 용서와 사랑으로 돌이키심
IV. 선(善)의 연속성
제2장 시간과 영원I. 영원과 세계
A. 본체적 영원과 효과적 영원
1. 본체적 영원
2. 효과적 영원
B. 존재와 시간
1. 가시적 존재와 시간
2. 가지적 존재와 시간
C. 하나님과 시간성
1. 초시간적인 아심
2. 불변성과 정동(情動)
II. 영원에 대한 인식
A. 존재와 영원에 대한 인식
B. 영원을 인식하는 방식 : 영원한 것들을 통해
C. 영원을 경험하는 방식 : 사랑을 통해
1. 사랑과 영원에 대한 앎
2. 사랑으로 영원을 앎
제3장 천지창조의 목적I. 창조와 하나님의 충족성
A. 창조 행위에 대한 반론
B. 창조 시간에 대한 반론
II. 창조와 하나님의 경향성
III. 창조와 하나님의 아름다움
A. 존재의 원리 : 아름다움
1.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a. 개별적 사물의 완전성
b. 보편적 질서의 완전성
2. 창조의 미학적 질서
B. 영원한 하나님의 아름다움
C. 창조세계의 아름다움
1. 창조세계의 아름다움
2. 심미적 경험 : 정동과 경향성
III. 창조와 하나님의 영광
A. 영광이란 무엇인가?
1. 영광의 의미
2. 세 종류의 영광
B. 창조의 영광
제4장 자연적 질서와 도덕적 질서I. 자연적 질서와 도덕적 질서
A. 자연적 질서
1. 존재의 피라미드
2. 도덕적 질서를 위함
B. 도덕적 질서
1. 지성적 인간의 창조
2. 창조목적과 인간
II. 두 질서 속에 있는 인간존재
A. 자연적 질서 안에 있음
B. 도덕적 질서 안에 있음
제5장 선악의 판단 기준I. 선악의 기준자
A. 자연법 사상
B. 성경의 사상
II. 선악의 판단기준
제6장 도덕적 통치의 수단 1 : 계시I. 계시와 사법적 행동
A. 계시 : 사법적 집행을 위한 공표
B. 계시와 도덕적 통치
II. 계시의 내용
A. 일반계시
1. 자연적 질서의 계시
2. 도덕적 질서의 계시
B. 특별계시
1. 특별계시의 내용
2. 특별계시와 성경
a.율법
1) 넓은 의미의 율법
2) 좁은 의미의 율법
a) 에덴에서 주어진 율법
b) 시내산에서 주어진 율법
b. 복음
1) 좁은 의미의 복음
2) 넓은 의미의 복음
III. 계시와 오성
A. 조명과 오성
B. 진리와 지혜
IV. 계시와 이성
A. 이성의 추론
1. 분석과 종합
2. 이성의 한원성(限元性)
B. 진리와 지식
V. 기독교적 지성
제7장 도덕적 통치의 방법 : 율법과 은혜I. 도덕적 통치의 방법
A. 율법 : 불신자에 대한 통치
B. 은혜 : 신자에 대한 통치
1. 중생 : 은혜의 원리를 심으심
2. 성화 : 은혜의 원리를 강화하심
제8장 도덕적 통치의 수단 2 : 상벌I. 하나님의 사법적 행동
II. 현세의 상급과 형벌
A. 육체와 환경
B. 마음과 영혼
II. 내세의 상급과 형벌
A. 죽음과 함께 도입되는 상벌
1. 악한 자들
2. 선한 자들
B. 부활과 함께 도입되는 상벌
1. 악한 자들
2. 선한 자들
부록-참고 문헌,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