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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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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5)

밀라드

2022년 10월 05일 출간

ISBN 979119715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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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이 어이없게도 죽음으로 소멸된다면 대체 우리는 죽기 위해 이처럼 처절히 살아왔다는 것인가”


 일반문학과 신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던 김준수 작가가 첫 장편소설 《그날, 12월 31일》을 펴냈다. 신생출판사 〈밀라드〉가 출간한 이 소설은 김준수 작가가 20년 가까이 구상해 온 팩션소설이다.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다.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신문기자를 그만두고 문학을 하겠다며 겁 없이 문단에 뛰어든 무명의 젊은 작가 ‘나’(김현수, 34), 그의 옛 연인이며 고고학 박사인 윤희재(31), 현재의 삶보다는 종교적 열광과 세상 종말에 대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유토피아를 열망하는 수학박사 이필선(60).


 세 사람은 지구의 종말이 언제 어떻게 올 것인지 비밀을 푸는 다윗의 열쇠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의 쿰란 동굴에 간다. 이필선 박사는 두 번째 밀레니엄과 세 번째 밀레니엄이 겹치는 1999년 12월 31일 예수가 재림함으로써 지구와 인류 문명은 끝이 나고 지상에 천년왕국이 건설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불운한 자신의 처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생명의 은인이자 스승인 이필선을 따라 유토피아(이상향)를 찾아 나선 현수. 하지만 현수는 유토피아는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그때, 저 멀리’가 아니라, 현실에 감겨 있으면서 ‘지금, 여기 가까이’ 우리 삶에 숨 쉬고 있는 어떤 것이라고 깨달으면서 스승과 갈등을 겪는다. 대학 시절 현수의 연인이었다가 잦은 다툼과 오해로 헤어진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희재. 그녀는 이스라엘 국립박물관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현수와 미국에서 알고 지냈던 이 박사를 만난다. 때마침 세상 종말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던 희재는 자신의 학문적 목적을 위해 현수, 이 박사와 함께 쿰란 동굴 탐사에 나선다. 


 이처럼 이 소설은 세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기묘묘한 사건들과 대화들을 통해 사랑과 우정, 약속과 신뢰, 삶과 죽음, 이상과 현실, 이 세상과 저 세상, 신앙과 이성, 희생과 헌신과 같은 묵직한 주제들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아간다.


 이 소설의 키워드는 시간이다. 이들 세 사람이 맞닥뜨리는 ‘시간’은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향해 치닫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그 시간이 왔다. 각기 목적이 다른 세 사람은 2천 년 이상 이사야서 두루마리를 보관해 온 쿰란 동굴 안에서 가까스로 다윗의 열쇠를 찾아내긴 했지만, 뜻밖의 사태를 맞는다. 대체 그날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주인공 ‘나’는 2천년보다 길었던 미스터리 그날의 시간을 벗기는데…….


목차


1부  은인을 만나다    03

2부  내 연인 희재     76

3부  희망을 바라보다  161

4부  그는 죽고 나는 살다  239


에필로그

작가 후기


본문 펼쳐보기


 길게 드리운 녹색 커튼을 살짝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언덕 위로 하얏트호텔의 푸른 유리들이 햇살을 머금고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남산. 

 엄마의 젖무덤처럼 서울 한복판에 오뚝 솟은 남산. 밤새 내린 눈을 소복하게 받았다. 흰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하얀 소나무들은 천사의 날개처럼 고결한 실루엣을 그려내고 있었다. (14쪽)


 어디선가 한줄기 선득한 바람이 쌩 불어와 거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거지는 비틀거리면서 어두운 아파트 벽을 따라 건들거리며 큰길 쪽으로 걸어갔다. 시커먼 어둠이 그를 가뭇없이 삼켰다. 그는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36쪽) 


 그 가을 저녁 자작나무 아래 피워놓은 모닥불 옆에서 우리는 서로 손을 잡기도 했고, 통기타 연주를 하는 라이브 카페에서는 내 어깨에 바짝 기대어 옹송그리고 있는 희재의 가늘가늘한 입술에 은근슬쩍 키스를 했다(애니골에 오길 잘했지 싶었다). 희재는 그때 눈을 감았다.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고. (54쪽)


 프시케의 미모에 놀란 큐피드가 자기가 쏜 화살에 자기의 심장을 찔려 아름다운 프시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처럼, 나도 애지중지 간직해 온 한 개의 남은 황금화살을 날려 보내 내 심장에 정통으로 꽂았다. 바로 그 순간 사랑에 허기진 나는 새로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내 영혼마저 말이다. (89쪽)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어쩐지 이 세상일들은 전능자의 치밀한 섭리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목적 없이 제멋대로 굴러가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죽음도 제멋대로이고요. 세상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불안정하기 짝이 없어요. 그리고…….”

 “‘그리고.’ 어서 말해보세요.” (164쪽)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내 목에 건 줄을 풀고 문을 열어 나를 풀어주시오.”

 “아, 그건 안 된단다. 나에게는 그럴 권한도 힘도 없거든.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들 인간사회에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깡짜를 놓치 못하도록 관습이나 전통이란 게 있거든.” (240-241쪽)


 동산의 나뭇잎들이 바람결에 흔들려 내는 사각사각 소리가 어린 염소의 피가 양푼에 뚝뚝 떨어지며 내는 소리와 합쳐져 파동을 일으키면서 묘한 하모니를 이뤄냈다. 그것은 피아노나 바이올린으로도 낼 수 없는 신비하고 매혹적인 소리였다. (249쪽)


 희재는 눈을 질끈 감고 두 팔을 벌리고 청량한 물줄기를 받았다. 물에 젖은 속옷이 살갗에 달라붙어 선명하게 드러난 젖꼭지가 옷을 밀어내고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323쪽)


 어둠 속에서 강렬한 한줄기 섬광이 번뜩이는 것처럼 그 순간 희재의 마음속에 번쩍, 하는 빛이 지나갔다. 

 ‘아, 이거다!’

 희재는 헤드랜턴을 벽에 바짝 대고 벽면을 살펴봤다. 울퉁불퉁한 검은 벽면이 선명히 드러났다. (358쪽)


 스승님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아니, 빛나다 못해 이글이글 타는 불 같다고나 할까. 그의 눈빛은 적의 거대한 탱크 위에 올라타 탱크 문을 열고 수류탄을 던져 장렬히 산화하려는 군인의 눈빛과도 같았다. 나는 그런 스승의 모습에서 대체 인간과 영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경이로운 생각을 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어떤 섬찟한 불길함을 느꼈다. (371-372쪽) 


추천의글


[출판사 서평]


 인류 역사에서 지구 종말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사가 되어왔다. 지구 종말론은 지난 천 년의 밀레니엄을 마감하고 새천년 밀레니엄이 도래할 때마다 극성을 부렸다. 두 번째 밀레니엄의 끝 날인 1999년 12월 31일 지구촌은 큰 소동을 겪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재림할 것이라고 하면서 교회와 성당으로 몰려들었고, 덩달아 비기독교인들도 세상이 끝날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미 국민의 17%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종말을 맞게 될 거라고 믿고 있고, 42%는 언젠가는 종말이 올 거라고 신봉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종말은 신의 영역인가, 인간의 영역인가? 종말이 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온다는 건가? 앞으로 약 1,000년 후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지구가 종말을 맞지 않는다면 2999년 12월 31일은 어쩌면 1999년 12월 31일보다 더 큰 소동이 빚어질지 모른다(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오늘도 서로 사랑하며 아름다운 지구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야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사랑과 우정, 약속과 신뢰, 삶과 죽음, 이상과 현실, 이 세상과 저 세상, 신앙과 이성에 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남녀 주인공의 지순한 사랑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추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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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5)
김준수는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비주류 작가다. 역사, 철학, 신학, 문학에 대한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인간과 신과 세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21세기형 지식인이다.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뛰어난 언어 감각으로 별명이 ‘언어의 연금술사’. 그의 유려한 글솜씨는 1998년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책은 비소설 부문에서 수개월 동안 1위를 달렸고, 그해 문학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5위 안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에세이건, 소설이건, 신학서적이건 김준수의 책들을 관통하는 한결같은 주제는 사랑과 용서, 희망과 낭만, 절제와 품격이다. 그는 이러한 정신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생애를 충분히 사랑하고 이웃에게 아낌없이 헌신하고 봉사할 것을 요청한다. 『모세오경: 구약신학의 저수지』, 『말의 축복』, 『그래도 감사합니다』, 『에덴의 언어』 등 문학, 인문, 신학의 경계를 쉼 없이 넘나드는 그에게서 우리는 경이로운 눈으로 지성과 영성의 세계를 탐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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