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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나의 아버지 주기철

순교자와 남겨진 가족이 겪은 고난과 섭리 (주기철 목사 순교 80주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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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홍성사

2024년 04월 05일 출간

ISBN 9788936515799

품목정보 152*215*18mm400p54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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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목: 이 책은 '서쪽 하늘 붉은 노' 의 개정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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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품이 그리웠던 소년이

순교 신앙을 전하는 사명자가 되기까지


모진 고문으로 옥중에서 순교한 주기철 목사는 저서나 자서전을 남기지 못했고, 평양에서 직접 작성했던 설교와 각종 문서들도 대부분 소실되었다. 그를 추적할 수 있는 자료들은 당시 성도들과 가족의 증언뿐이다. 한국 순교자의 자취를 전하는 데 힘써 온 유승준 작가는 주기철 목사의 막내아들인 주광조 장로의 어린 시절을 복기한 친필 원고와 육성 자료, 당시의 사실적 증언들을 토대로 ⟪나의 아버지 주기철⟫을 펴냈다. 주광조 장로는 주기철 목사의 순교 과정과 어머니 오정모 집사를 비롯한 가족의 수난을 직접 목격하고 겪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주기철 목사의 자녀 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순교 신앙을 전해야 하는 이 책의 사명을 느꼈다. 초판은 2014년에 출간된 ⟪서쪽 하늘 붉은 노을⟫이며, 2024년 4월 21일 주기철 목사 순교 80주년을 기념해 개정되었다. 개정판에는 주광조 장로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의 이야기가 더해졌고, 주기철 목사의 흔적을 따라 가며 그의 신앙을 사색할 수 있는 ‘주기철 로드 순례’가 수록되어 있다.  


순교자와 가족의 서사를 통해 본

고난과 십자가의 의미


막내아들 광조가 첫돌 갓 지났을 무렵 생모 안갑수는 갑작스레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 손에 맡겨져 동냥젖을 먹고 자라났다. 두 번째 어머니 오정모는 아버지를 순교로 이끈 투철한 신앙을 가진 분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투사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전사도 아니었다. 연약한 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 때문이었다. 아홉 살 광조는 항복을 받아내려는 일본의 술책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문 장면을 보게 되었고 한동안 실어증을 앓아야 했을 정도로 일제의 탄압은 잔혹했다. 아버지 품이 그리웠던 소년은 눈물로 기도했지만 아버지는 끝내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아버지 발이 이상해서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았다. 내가 말도 없이 고개만 흔들면서 아버지 발목을 붙잡고 있자 어머니께서 내 손을 확 치우셨다. 아버지 발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채 검게 썩어 들어가던 아버지의 발. 어머니는 황급히 아버지의 발을 가리셨다. _본문 중에서


이 책은 순교자와 남겨진 가족의 서사를 통해 고난과 십자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뒤이은 어머니의 죽음, 뿔뿔이 흩어진 가족과 큰형의 순교, 가난과 질병으로 점철된 청년 시절의 방황…… 비록 시대의 그림자가 삼켜 버린 가족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했지만 주광조 장로는 고난을 지나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아 순교 신앙을 전하는 일에 삶을 바쳤다.


목차


개정판 서문_주기철 목사의 막내며느리 빈소에서

초판본 서문_“여보, 따뜻한 숭늉 한 사발이 먹고 싶소.” 


1장. 동냥젖과 염소젖을 얻어먹으며 자란 아이

의인의 자식으로 태어난 운명 

첫돌 갓 지난 막내를 두고 천국으로 떠난 생모 

오산학교 그리고 남강 이승훈과 고당 조만식  

창원 웅천교회와 평양 장로회신학교

부산 초량교회와 마산 문창교회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가 된 여인

평양 산정현교회와 위기의 조선 교회 

예배당 건축과 사라진 축음기

신사참배 반대와 일사각오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신사참배 찬성 결의


2장. 우리 아이들을 다 자퇴시키겠습니다

네가 행음하여 네 하나님을 떠나고

5종목의 나의 기원 

서쪽 하늘 붉은 노을 

평양노회의 목사직 파면과 산정현교회 폐쇄 

골목길에서의 마지막 설교 

도망자가 되어 뿔뿔이 흩어진 형들 

경찰서 면회실에서 마주한 아버지의 밥그릇 

눈앞에서 목도한 아버지에 대한 처참한 고문 

아버지께 마지막으로 올려 드린 큰절

돌박산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 


3장.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아들이라는 꼬리표

아버지의 투쟁과 승리가 삶의 목적이었던 어머니 오정모

한마음으로 신앙의 정절을 지켜 낸 산정현교회 

해방 때까지 이어진 유랑생활과 열세 번의 이사 

나를 위해서 기념을 하지 말라 

손양원 전도사와 주기철 목사 

김일성이 보내온 선물 

아버지 덕 볼 생각 말라던 어머니의 유언 

광복 이후의 한국 교회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나가다 

평양 장현교회에서 시무하던 큰형의 순교 


4장. 저, 기도 안 하니까 자꾸 기도시키지 마십시오

연희대 경제학과에 진학 

여전히 죄인이었던 아버지 

갈채 그리고 방황  

가난하고 병든 남자에게 미래를 건 여자

선도 안 보고 딸을 준답니다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와 국립묘지 안장

산업 전사가 되다 

다시 돌아온 탕자 

영화 〈저 높은 곳을 향하여〉

하용조 목사와 임마누엘 모임


5장. 끝까지 저항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과 주영해 장로 

명동에서 왕십리까지 한걸음에 실어 나른 전축 

극동방송과 아세아방송을 통한 복음 전파 사역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 

북녘땅에도 복음이 메아리치기를 

김상복 목사와 함께 소양주기철목사기념사업회를 만들다 

교파와 교단을 초월한 연합과 연대

두고 온 교회, 두고 온 피붙이들 

67년 만에 이루어진 평양노회의 주기철 목사 복권 

신사참배 70년 참회의 기도 


6장. 아버지의 이상은 말씀으로 민족이 해방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들한테 왜 밥을 주는 겁니까?

여전한 한국 교회의 우상숭배

고난과 십자가의 자리를 대신한 영광과 축복

어머니께 드리는 눈물의 편지

아버지 같은 바보 목사가 그립다

67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 품으로

공영방송에서 재조명된 주기철 목사의 삶

항일독립운동가 주기철목사기념관

수난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하여


글을 마치며_“아버지, 발은 다 나으셨어요?”

부록_주기철 연보, 주광조 연보, 참고 문헌, 도움 주신 분들, 사진 제공

주기철 로드 순례_주기철 목사의 흔적을 따라가다


본문 펼쳐보기


나는 생모의 얼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색 바랜 흑백사진으로 간신히 윤곽만 익혔을 뿐입니다. 두 돌도 채 안 되어 어머니는 어린 네 아들과 아버지, 노모를 두고 먼저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뭐가 그리 급하셨던지 하나님은 서른셋의 나이에 이제 한 돌 갓 넘긴 막내아들을 둔 어머니를 불러 가셨던 것입니다. 그 후 할머니는 동냥젖을 먹여 저를 키우셨습니다. 때로는 먼 선교사님 댁까지 가서 염소젖을 얻어와 먹이기도 하셨습니다.

_36쪽


장례식 날 아침, 나는 혼자 변소 안에 들어가 하늘을 향해 주먹질하면서 “아버지는 바보야! 못난이야!”라고 소리쳤다. 비록 감옥에 있어 체온을 느끼지 못하고, 몸을 만질 수는 없다 해도 아버지가 붉은 담장 너머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내게는 큰 위로와 의지가 되었었다. 그런데 아버지를 돌박산 공동묘지에 묻고 돌아와 보니 형님들은 다시 뿔뿔이 도망을 가 버렸고, 어머니마저 경찰에 붙들려가 집에는 할머니와 나만 남게 되었다. 그날 밤 불기 없는 차가운 방에서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쳐다보며 나는 “하나님이 다 뭐야! 나는 절대로 목사가 되지 않을 거야!” 하면서 울부짖었다.

_160~161쪽


아버지가 순교하셨을 때, 자식들을 위해 남겨 둔 물질적 유산은 아무것도 없었다. 순교자의 후예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었던 배고픔과 원망과 좌절만이 남겨졌을 따름이다. 그로부터 3년 후 어머니마저 돌아가셨을 때, 그분으로부터 내가 물려받은 유산은 성경 속에서 뽑아 낸 말씀 한 구절이 전부였다. 그것이 바로 시편 37편 25절, 26절이었다.

_182쪽


건강은 극도로 악화하였고, 육신과 정신 모두가 피폐해져 어릴 때 내가 믿고 의지했던 하나님의 존재마저 거부하고 싶은 충동에 나 자신을 가눌 길이 없었다. 아버지 덕 볼 생각 말라던 어머니의 유언과 내 자존심 때문에 한국 교회나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 채 그저 원망만 하며 지냈다. 해마다 추모예배 때가 되면 순교자의 후손이란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냐고 추켜세우며 큰 감사패를 주었지만, 정작 그들은 체중 52킬로그램의 창백한 폐결핵 환자가 받던 어려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_217쪽


저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전혀 없습니다. 어떨 때는 빨리 죽었으면 하고 생각될 정도로 이 세상보다는 하늘나라가 더 그립고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왜냐하면 하늘나라에 가면 이 네 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제 할머니, 제 아버지, 두 어머니…… 제가 죽어서도 그분들과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그것이 기쁨이고 보람인지 모릅니다.

_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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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어른 예배에 참석한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머니 옆에 앉아 멀리 주 목사님을 바라보면서 예배를 드렸는데…… 다들 찬송을 대단히 열심히 불렀어요. ‘환난과 핍박 중에도 성도는 신앙 지켰네’, ‘내 주는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되시니’ 이런 찬송들이었어요. 한 번 부르고 그치는 게 아니라 다섯 번, 열 번을 계속했어요. 어른들이 그렇게 황홀경 속에 찬송하는 모습을 쳐다보면서 어릴 때 뭔지도 모르고 따라 하고 그런 적이 있어요. 

_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 평양 산정현교회 출신


아무리 위대한 일이라도 증인이 없으면 그 일은 역사의 뒤편으로 슬그머니 사라지고 묻혀 버리게 됩니다. 다행히 주기철 목사님의 순교 사실에는 막내아드님 주광조 장로라는 증인이 있어서 그 일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_김장환 목사, 극동방송 이사장


일본 교회가 가장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은 주기철 목사님을 순교에 이르도록 박해하고 탄압한 일일 것입니다. 일본 교회는 이제라도 신사참배 강요와 아시아 침략의 죄를 회개해야 하며, 주기철 목사님의 저항과 순교 정신을 본받아야 합니다. 

_노데라 히로부미 도쿄 아카바네성서교회 목사


주기철은 악마의 제국에 맞서 인류의 양심을 지킨 평화의 사도다.

_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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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1964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와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정신세계사, 디자인하우스, 청림출판 편집주간 등을 거쳐 가나북스 대표로 일하며 오랫동안 책을 만들어 왔다. 직접 쓴 책으로는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리와 그것이 상징하는 세계를 탐구한 『사랑을 먹고 싶다』, 원작자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문학과 음식의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들여다본 『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영화와 소설 속에 그려진 아빠와 자녀들의 관계를 바탕으로 부성애에 관해 조명해 본 『어쩌다 내가 아빠가 돼서』, 유교ㆍ불교ㆍ무속의 고장인 안동을 예수 마을로 만들어 온 교회 공동체 110년의 역사를 기록한 『안동교회 이야기』, 슬로시티로 지정된 남도의 낙원 증도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일대기를 취재한 『천국의 섬, 증도』, 사막과 튤립의 섬 임자도를 순교와 용서의 땅으로 변화시킨 이판일 장로와 이인재 목사 부자 이야기를 소개한 『태양을 삼킨 섬』, 생명을 걸고 조선 교회의 순결을 지켜낸 위대한 순교자 주기철 목사와 그 후손들의 삶을 추적한 『서쪽 하늘 붉은 노을』, 재일교포 사업가로 성공한 후 조국에 돌아와 인재를 남기는 삶을 살다 간 중앙대 전 이사장 김희수 평전 『배워야 산다』, 그리고 인류 역사를 뒤바꾼 40편의 맛있는 성경 속 음식 이야기를 서양 명화와 함께 감상하는 『신의 밥상 인간의 밥상』 등이 있다. 특히 『천국의 섬, 증도』는 2009년 12월 CBS TV에서 「시루섬」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서쪽 하늘 붉은 노을』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5년 12월 25일 KBS 1TV를 통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방영된 뒤, 2016년 3월 「일사각오」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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