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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재판과 위기 청소년을 바라보는 16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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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인 외 15인 저

온기담북

2024년 06월 19일 출간

ISBN 97911987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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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재판, 소년사건 현장의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를 담다



소년재판 담당 법관의 문제의식이 낳은 책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류기인 부장판사는 1년간의 소년부 업무를 마칠 즈음, 소년재판 및 보호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관심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품게 되었다. 소년재판 담당 법관으로서 비행 청소년에 관한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이 생각보다 크고 깊은 현실에서,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년사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소년재판, 소년사건에는 담당 판사 한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기관과 관계자가 그물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법원 소년부 참여관과 조사관, 청소년회복센터 관계자와 정신심리전문가 국선보조인 등 모두 하나같이 부모보다 더 가까이 밀착해 보호소년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속얘기에 귀 기울이면서 함께 울고 웃는 이들이다. 따라서 오늘 우리 사회의 소년재판과 위기 청소년 실태를 입체적으로 알아 가려면, 오랫동안 위기 청소년들과 함께해 온 소년사건 관계자들의 관점과 목소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이들 관계자는 아이들 곁에서, 곁이 되어 줌으로써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이들의 숨겨진 아픔과 속내를 비로소 맞닥뜨린다. 소년재판에 관해 좋은 책이 이미 여러 권 나와 있음에도, 류 판사가 굳이 다양한 현장 관계자의 관점과 목소리를 담은 책을 기획하고 집필에까지 적극 참여한 이유가 여기 있다. 



격리‧배제 아닌, '곁'이 되는 책임의식으로

“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이런 가정에서 생활하게 만든 엄마, 아빠가 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제대로 양육하지도 않는 부모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제가 벌을 받아야 해요?”(190쪽)


수시로 소년재판을 받다가 결국 소년원 처분을 받게 된 아이가 항변하는 이 말을 철딱서니의 단순한 원망으로 듣고 지나칠 수는 없다. 어떤 아이라도 폭력과 학대, 무관심과 방임, 외로움과 두려움, 배고픔 가운데서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면, 이는 명백히 어른들의 책임이다. 그런 성장 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아이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문제가 생기면 근본 원인을 살피고 성찰하기보다는 문제가 된 사안 자체를 하나씩 가능한 빨리 제거하거나 수습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격리와 배제로 담장이나 격실에 철통같이 가두는 방안이 늘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이유다. 이런 접근으로는 결국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악화하여 악순환의 무한반복에 갇히고 만다. 소속 기관과 업무, 삶의 배경이 저마다 다른 열여섯 저자들이 일관되게 ‘비행 청소년을 우리 곁에서 단호히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이유다. 저자들은 우리의 곁을 내주고 우리가 곁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비행 청소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범법 행동을 하는 소년들 대부분은 알고 보면 잘못을 저질러 놓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후회하는 미숙한 아이들이다. 범법 행동은 분명 잘못이고, 본인이 대가를 치르고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그 아이 자체를 잘못된 존재로 보고 거부해서는 안 된다. 비행 소년을 거부하고 손을 놓아 버렸을 때 그 소년이 또래들까지 더 큰 범죄에 끌어들이며 함께 집단화·흉포화하는 사례도 보게 된다.”(234-235쪽)



'추천사'에서부터 '부록'까지, 길고 깊은 울림

이 책 추천인 가운데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및 공저자 한 명과 인연이 깊은 이가 있다. 자신을 가리켜 “소문난 골칫거리”라고 말하면서 '비행을 멈추지 않아 결국 장기 소년원 처분을 선고받았다'고 밝히는 그에게서, 추천사 부탁을 받고 나서 12시간 동안 모니터만 바라보며 고민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과연 자격이 있는 걸까, 내가 쓰는 추천사가 도리어 마이너스가 되면 어쩌나, 쓴다고는 했는데 무슨 말을 써야 하나···. 고민이 길고도 깊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추천사 지면을 빌려 창원지법 소년부와 이 책 공저자들에게 남긴 감사 인사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늘 혼자라는 생각으로 두려움에 갇혀 살던 저희 곁을 묵묵히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슴으로 낳아 마음으로 키워 주신 당신들의 조건 없는 사랑이 헛되지 않도록, 비록 조금 느리지만 언젠가 세상에 꼭 베풀 수 있는 어른이 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9쪽)


이 책 말미에는 대표저자인 류기인 판사가 기획하고 진행해 온 ‘보호소년들과 함께하는 걷기학교’ 이야기가 세 편 나온다. 걷기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뿐 아니라, 걷기학교에 참여한 아이들과 멘토들의 간략한 소감도 함께 실려 있다. 아울러, 류 판사가 보호소년과 함께 8박 9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도보여행을 하며 대화의 시간을 보낸 ‘올레길 도보여행’의 생생한 장면들도 담겨 있다. 



※ 기획자이자 대표저자인 류기인 부장판사 인터뷰는 보도자료 말미에 부록으로 실었습니다. 


목차


추천사  오선화 · 박보희 · 도춘석ㆍ6

머리말  함께 빚어 갈 미래를 꿈꾸며_류기인ㆍ13


1부. 소년법정의 안과 밖

1. 곁에 있어 줄 순 없을까_류기인ㆍ18

2. 소년법정의 안과 밖_최형록ㆍ30

3. 극한 직업 소년조사관_전미연ㆍ44

4. 전쟁처럼 살아온 아이들에게 평안을_유수천ㆍ56

5. 날 선 아이 승현이_박선옥ㆍ70


2부. 지금도 너희를 기다려 

6. 새로운 빛을 기다리며_손예진ㆍ82

7. 현민이의 아픈 성장담_박현숙ㆍ98

8. 나는 오늘도 소녀들을 기다린다_조정혜ㆍ112

9. 엄마가 된 스님_최윤희ㆍ126

10. 미워도 다시 한 번_반경민ㆍ142


3부. 곁에서, 곁이 되기

11. 더 나은 마무리를 위하여_이수봉ㆍ160

12. 아이들의 숨은 목소리_이호정ㆍ174

13. 내 작은 아이들과 함께한 여정_김종임ㆍ194

14. 어른들은 정말 몰라요_박정숙ㆍ212

15. 따뜻하면서 엄격하게_이순화ㆍ228

16. 보호소년 곁, 동행자의 길_조원교ㆍ244


부록 곁이 되어 걷는 '걷기학교' 이야기_류기인

1. 함께 가는 길이 아름답다ㆍ263

2. 짧지만 뜻깊은 만남의 시간ㆍ268

3. 대의와 함께한 맨도롱한 날들ㆍ280


본문 펼쳐보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너무나 익숙한 말을 실천하는 창원지방법원 소년재판 관계자들 이야기가 여기 펼쳐져 있습니다. 글로 표현하기에는 미숙한 부분이 많겠지만, 아이들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하는 공동 저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어느 한 아이도 남의 아이라고 나 몰라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우리의 아이들입니다. 때로 우리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그 아이들 모두가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고 함께 곁에 있어 준다면, 우리의 미래와 미래의 우리는 더 밝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 '머리말: 함께 빚어 갈 미래를 꿈꾸며'에서 -




묵직한 기록들 속에서 한참 허우적거리다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사건 결과만 놓고 본다면, 소년범을 혐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기록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소년이 처한 가정환경이 보인다. … 매 맞는 일상을 살아온 소년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엄벌이 마땅하다 생각되는 비행들 속에 숨겨진 아우성이 들린다. 소년들의 욕설과 주먹다짐에 묻힌 눈물이 언뜻언뜻 비친다.


'그랬구나. 얼마나 힘들었니? 너도 말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구나. 어른들이 그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만 봐 왔던 거구나.'


- '곁에 있어 줄 순 없을까'에서 -




각종 경로를 통해 수집된 자료들이 하나로 모이는 곳이 소년부 판사실 책상 위다. 책상 위 기록을 펼치는 순간, 활자들은 영상이 되어 재생된다. 소년과 보호자의 목소리, 보호관찰소와 소년원, 비행예방센터와 경남아동청소년상담교육센터, 국선보조인 선생님의 목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린다. 그 목소리들을 천천히 재생해 본다. 자세히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잠시 멈춘다. 소년과 보호자, 선생님의 안타까운 호흡이 그대로 전해진다. 개별 사건들, 소년들은 모두 사연이 있다.

······

가만히 곁에서 귀 기울여 주는 것, 그것이 시작이자 과정이고 마침이다. 소년부 판사는 오늘도 기록 속에서 울리는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듣는다.


함께 들으면 참 좋겠다. 힘이 나겠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니까.


'곁에 있어 줄 순 없을까'에서  -




경호를 보며, 편안하게 세끼 밥을 먹고 잠잘 수 있는 환경이 생기는 변화만으로도 아이들이 바뀌는구나 싶었다.


샬롬청소년회복센터에서 창수를 보면서도, 소망청소년회복센터에서 만난 은결이 얼굴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대전에 있는 6호 기관 효광원, 대구에 있는 6호 기관 늘사랑, 부산에 있는 6호 기관 디딤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달 전 법정에서 본 아이들이 맞는가 싶었다.


법정에서는 울고불고하던 소년들이었다. 6개월 동안 열 곳이 넘는 기관을 돌며 직접 대화하고 생활환경을 살피다 보니, 기관 및 단체 관계자와 여러 차례 만나다 보니, 어느새 소년들을 향한 시각이 바뀌고 있었다.


- '소년법정의 안과 밖'에서 -




지금까지 2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샬롬을 거쳐 갔다. 샬롬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비행 행동을 하는 데 영향을 끼친 요인을 분석해 봤더니 개인의 문제보다 환경의 문제가 훨씬 커보였다. ···


청소년 비행이 이슈화되면 주로 처벌 위주의 여론이 형성되는데, 일부 자극적인 사건에만 집중하기보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환경적 원인을 세심하게 살폈으면 좋겠다.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사회구조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전쟁처럼 살아온 아이들에게 평안을'에서 -




새빛청소년회복센터는 2024년 올해로 11년 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 일한 시간도 6년이 되었다. 11년 동안 2백 명 가까운 아이들이 센터에서 생활하고 떠나갔다. ···


수많은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지고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변화하길 바라는 조급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려 주지 못하고 닦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센터에 입소하고 6개월 동안 눈에 띌 정도로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어른들의 과한 욕심이 아닐까. ···


아이들의 시간을 그들 곁에서 기다려 줘야지 다짐한다. 혐오하거나 불신하지 말고, 아이들의 충분한 가능성을 바라보고 기대하며 기다려야지 마음먹는다.


- '새로운 빛을 기다리며'에서 -




“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이런 가정에서 생활하게 만든 엄마, 아빠가 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제대로 양육하지도 않는 부모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제가 벌을 받아야 해요?”


가정이, 부모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더라면 두 자매의 삶은 어땠을까. 두 아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신의 환경을 벗어나기란 어려웠다.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방치하는 동안, 두 아이는 법원을 들락거리며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 '아이들의 숨은 목소리'에서 -




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갖고자 먼저 내 마음에 빈방을 준비하고 여유 공간을 만든 후 서연이에게 손짓한다. 실낱같은 대화의 끈은 연결해 둔 채로 온갖 방법을 통해 마음을 전한다. 걱정과 염려를 전하고, 안부 인사를 하고, 장난을 치고, 관심을 담아 말을 건다. 앞으로 며칠간은 서연이가 나의 1순위 VIP 응급 대상자로, 서연이가 보내오는 메시지에는 언제든 응한다. 오케이! 성의와 집중, 관심과 걱정을 담아 진심으로 소통하려 애쓴다.


'서연아, 잘 있니? 난 너를 기다려.'


- '따뜻하면서 엄격하게'에서 -




국선보조인이자 위탁보호위원으로서 활동한 수년간 만난 보호소년 중 일부 소년만이 재비행으로 다시 소년재판부로 왔다. 대부분은 한두 번만 재판을 경험해도 태도가 달라진다. 사춘기를 잘 이겨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끔 흔들리더라도 곁에서 응원하면서 지켜보는 국선보조인 선생님을 의식하는 아이들이 참 기특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렇듯 노력하는 보호소년들과 함께 국선보조인의 길을 오래오래 걷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 '보호소년 곁, 동행자의 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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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인
앉으나 서나 보호소년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판사로, 매달 2백 건씩 쏟아져 들어오는 소년보호사건 기록에 파묻혀 지낸다. 안타까운 환경에서 비행의 길로 내몰린 보호소년들이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늘 기도하면서, 보호소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곁에서 함께 걷고자 ‘걷기학교’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년보호재판 실태를 알리고 보호소년에 대한 공동체적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책을 기획하고 함께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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