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최소 22억 명이 시각 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 중 약 4천만 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시력 손상을 가진 ‘시각장애인’으로 분류된다. 눈 관련 질환은 대개 노화와 관련이 깊은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는 실명 위험 인구가 80~100만 명을 넘어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등도 이상의 실명 인구가 100만 명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시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통로와 자율성, 사회적 관계마저 제한되는 깊은 상실을 의미하기에 정보화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 눈 건강을 잃는다면 어떨까. 아마도 삶의 질은 크게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 스마트 기기로 게임이나 동영상을 보는 등 유희를 즐기는 것뿐 아니라 요즘은 업무를 보고, 결재를 하는 등 대부분의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실명까지는 아니어도 황반변성을 비롯한 다양한 망막질환을 앓게 되면 일상의 불편이 극심해지기 때문에 눈에 대한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중요성에 비해 사람들의 경각심은 미미하고, 막연한 걱정 수준에 지나지 않고 있다. 궁금증은 많아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어떤 질환을 겪으면 그때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다. 그러나 그때가 오면 이미 손을 쓰기에는 늦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당장 큰 불편이 없는데 안과를 찾아가는 것도 애매하다.
이 책은 그런 눈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있는 사람들부터 이미 시력에 불편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야간에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보면 시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아주 사소한 궁금증부터 이미 황반변성 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 치료법에 이르기까지 100가지의 질문에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짧고 일목요연한 정답을 제공한다.
(사)한국망막변성협회에서 활동하는 각 분야 최고의 안과 전문의들이 의학 지식과 임상 결과를 통한 생생한 답변을 제시하는 이 책은 완치의 개념보다는 예방과 현상유지, 그리고 증상을 늦추는 안과 질환의 특성상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서문
실명 인구 100만 시대를 마주하며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최소 22억 명이 시각 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 중 약 4천만 명은 심각한 시력 손상을 가진 ‘시각장애인’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이 시력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시력 저하를 겪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각장애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과 사회적 독립성에 깊이 관여하는 중대한 건강 이슈입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교정되지 않은 굴절 이상이나 치료받지 못한 백내장이 주요 원인이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의료기술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굴절 교정 수술이나 백내장 수술의 보편화로 이들로 인한 실명은 크게 줄었지만, 망막 질환과 녹내장은 여전히 실명의 주요 원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들 질환은 대개 노화와 관련이 깊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는 실명 위험 인구가 80~100만 명을 넘어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실명 인구 현황은 30면 참조).
중등도 이상의 실명 인구가 100만 명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실명은 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시력을 잃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통로와 자율성, 사회적 관계마저 제한되는 깊은 상실을 의미합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 온 수많은 환자들은 시력의 변화가 가져오는 불안과 두려움, 때로는 좌절을 담담히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와 침묵, 그리고 눈빛은 이 책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동기이자 원동력이었습니다.
이 책은 망막 전문의로서 진료실과 수술실에서 환자들을 마주해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리고 교육자로서 의료의 미래를 고민해 온 사람들의 목소리로, 실명의 원인과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을 함께 해주신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오재령 교수님,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김훈동 교수님,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김준형 교수님, 그리고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한정우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가르침을 주신 환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시각장애의 시대, 실명 인구 100만의 시대. 그 숫자 뒤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야기와 가능성을 함께 들여다보는 이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목차
• 서문
• 추천사 1
• 추천사 2
PART 1. 안과에 가기 전에 자주 묻는 질문
1. 눈에 이상이 있을 때 동네 안과를 찾아가도 될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입니까?
2. 황반변성에 걸린 뒤에라도 회복될 수 있나요?
3. 스마트폰과 PC 모니터의 블루라이트가 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나요?
4. 요즘 30~40대 젊은 사람들도 황반변성에 걸린다던데, 사실인가요?
5. 미세먼지와 자외선 지수가 높을 때의 야외활동이 황반변성에 영향을 미치나요?
6.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왜 잘 안 보이나요?
7. 망막색소변성은 황반변성과 비슷한 질병인가요, 다른 질병인가요?
8. 황반변성 환자인데 운전해도 되나요?
9. 반대편 차량 불빛으로 눈이 부시면 주변을 보라고 하는데, 눈의 어떤 기능 때문인가요?
PART 2. 눈에 관한 상식과 생활 속 궁금증
10. 실명 인구가 100만이라는데, 실명의 기준이나 통계 수치의 근거와 추이가 궁금합니다.
11. 나에게 노안이 온 것인지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2. 작은 구멍이 뚫린 암막 안경이 눈 근육 조절 등 시력 향상에 도움이 되나요?
13. 몽골 사람들 시력이 제일 좋다고 하던데, 유전 때문인가요, 다른 요인 때문인가요?
14. 상하좌우 눈 운동을 하거나 초록색을 보면 눈이 좋아진다는 속설은 사실인가요?
15. 눈이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되도록 안경은 안 끼는 것이 좋지 않나요?
16. 안약을 넣은 다음에는 눈을 깜빡깜빡해야 약이 잘 흡수되나요?
17. 유튜브와 블로그 등에 나오는 의사들의 설명을 참조하는 것은 괜찮은가요?
18. 밤에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면 눈이 나빠질까요?
19. 단기간에 눈 마사지와 안구 운동 기구 등으로 치료하는 방법들은 신빙성이 있나요?
PART 3. 눈과 시력에 관한 궁금한 이야기
20. 고대인들에게 눈은 어떤 의미였나요?
21. 눈이 사물을 보는 원리를 알고 싶습니다.
22. 망막과 황반의 구조와 기능이 궁금합니다.
23. 황반변성 환자의 시력 측정법을 알려주세요.
24. 망막 상태를 체크하려면 어떤 검사가 필요한가요?
25. 눈으로 다른 질병의 징후를 파악할 수도 있나요?
26. 색상 구분이 어려운 ‘색맹’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PART 4.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발생과 진행
27. 황반이 ‘변성’ 된다는 것은 어떤 상태인가요?
28. 노인성 황반변성은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할까요?
29. 황반변성이 온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30. 황반변성의 원인과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31. 황반변성 말기에는 어떤 증상이 있나요?
32. 황반변성에도 종류가 있나요
PART 5. 망막 질환과 노안에 대한 궁금증
33. 황반변성과 노안은 어떻게 다릅니까?
34. 먼 곳이 잘 안 보이는 근시와 황반변성이 관계가 있나요?
35. 황반변성과 백내장은 어떻게 다릅니까?
36. 황반변성은 황반의 노화로 시작되나요?
37. ‘망막앞막’이라는 황반 질환이 궁금합니다.
38. 가족이 황반변성으로 판정받았다면 다른 가족들도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까요?
39. 가족들은 멀쩡한데 왜 나만 걸렸을까요? 황반변성도 유전이 되나요?
40. 중심장액맥락망막병증이라는 것은 어떤 질병인가요?
41. 망막정맥폐쇄증은 어떤 질병인가요?
42. 노안 수술은 안심하고 받아도 될 만큼 안전한가요?
43. 사물이 굴곡져 보이는 증상은 원인이 무엇입니까?
44. 노안용 돋보기 안경은 도수별 기성품을 써도 눈에 해롭지 않나요?
PART 6. 황반변성의 위험인자와 예방법
45. 황반변성의 치료 시기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46. 남녀 성별에 따른 황반변성 발병률에 차이가 있나요?
47.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데 황반변성과 관련이 있을까요?
48. 아스피린 계열의 약을 먹는데, 황반변성 치료 시에는 끊어야 할까요?
49.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은 황반변성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50. 음주와 흡연이 황반변성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51. 백내장 등 기타 다른 안과 질환과 황반변성은 어떤 연관이 있나요?
52. 황반변성을 자가 진단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53. 눈이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요?
PART 7. (건성) 황반변성의 치료와 관리
54. 건성 황반변성이란 무엇입니까?
55. 건성 황반변성의 자가검진 방법을 알려주세요.
56. 건성 황반변성의 안과 정기검진 과정을 알려주세요.
57. 말기 황반변성 환자의 검진에 대해 알려주세요.
58.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망막색소상피세포 이식에 대해 알려주세요.
59. 건성 황반변성 환자의 생활 습관과 관리법이 궁금합니다.
60. 현재 시행 중인 건성 황반변성의 치료법을 알려주세요.
61. 건성 황반변성에 유용한 약제들은 어떤 것이 시중에 나와 있나요?
62. 약물치료로 황반변성을 치료하는 방법은 없나요?
63. 이미 말기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크게 저하된 저시력자의 치료 과정이 궁금합니다.
64.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65. 황반변성인데 백내장 수술을 받아도 될까요?
66. 인공망막 이식술도 있다고 하던데, 비용이 많이 드나요?
PART 8. (습성) 황반변성의 치료와 관리
67. 습성 황반변성 진단,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68. 습성 황반변성에는 어떤 치료약이 사용되고 있나요?
69. 눈 속 주사는 얼마나 맞아야 하나요?
70. 습성 황반변성에는 어떤 치료법이 있나요?
71. 광역학 치료란 무엇인가요?
72. 황반변성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73. 이미 상당 부분 시력을 잃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74. 습성 황반변성 치료 후 합병증이나 다른 문제는 없나요?
75. 검사상으로는 호전됐다는데 잘 느껴지지가 않아요.
PART 9. 황반변성에 좋은 음식과 식습관
76. 황반변성과 먹는 음식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77. 눈 건강에 좋은 채소나 과일은 어떤 것입니까?
78. 황반색소를 증가시켜 주는 유익한 음식들이 있다고 하던데요?
79. 평소 차와 커피를 즐기는데 황반변성 환자에게도 괜찮을까요?
80. 오메가-3를 먹고 있는데, 황반변성의 예방에도 도움이 될까요?
81. 콩 종류가 몸에 좋다는데, 눈에도 좋을까요?
82. 음식을 만들 때,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조리 방법이 따로 있나요?
PART 10. 망막색소변성에 관한 궁금증
83. 망막색소변성은 어떤 질병이며, 왜 생기나요?
84. 망막변성 또는 황반변성은 망막색소변성과 어떻게 다른가요?
85. 야맹증이 있으면 모두 망막색소변성 상태인가요?
86. 가족 중 저만 망막색소변성인데, 임신과 출산 계획을 가져도 될까요?
87. 망막색소변성이 유전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나요?
88. 황반변성용 눈 주사치료는 망막색소변성에도 해당되는 치료인가요?
89. 망막색소변성은 근본적 치료 방법이 없다던데, 그래도 안과를 다니는 게 좋을까요?
90. 망막색소변성의 기타 안과적 합병증은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91. 비타민 등의 항산화제가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효과가 있나요?
92. 망막색소변성을 더 빨리 진행시키는 인자가 있나요?
93. 망막색소변성에도 급성과 만성이 따로 있나요?
94. 눈에 떠다니는 게 보이는 비문증, 빛이 번쩍이는 광시증도 망막색소변성이 원인인가요?0
95. 모니터, 스마트폰, 책 등을 많이 보면 망막색소변성의 경과에 영향을 미치나요?
96. 망막색소변성에 걸리면 시야가 좁아진다는데, 시력도 동시에 떨어지게 되나요?
97. 망막색소변성 진단을 받았지만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나요?
98. 망막색소변성 환자가 시력보조기를 처방 받는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99. 망막색소변성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100. 시력과 망막 질환에 도움이 되는 기관이나 상담처를 알려주세요.
• 부록 : 자가진단용 암슬러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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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이상이 있을 때 동네 안과를 찾아가도
될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입니까?
눈에 이상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 진료를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선 가까운 동네 안과 진료를 먼저 보시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해당 안과에서 진료를 보셔도 됩니다. 만약 동네 안과에서 대학병원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에 따라 진료를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가까운 안과 중에도 원장님의 전문 분야에 따라 전문 진료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안심하고 진료를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안경으로 교정되지 않는 시력 저하가 발생하거나 안구 통증이 있을 때도 가까운 안과를 방문해 진료를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사물이 왜곡돼 보이는 변시증 혹은 중심암점이 느껴질 경우에는 연령관련 황반변성 가능성이 있으므로, 빠른 시일 내에 가까운 안과에서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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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PC 모니터의 블루라이트가
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나요?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광선에는 많은 파장의 빛이 섞여 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가시광선보다 긴 파장의 광선은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 등이 있고, 가시광선보다 짧은 파장의 광선은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이 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은 가시광선을 파장에 따라 구분한 것입니다. 블루라이트는 말 그대로 가시광선 중 파란색, 청색광을 뜻합니다.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은 편에 속하는 빛이며, 자외선보다는 파장이 약간 긴 빛입니다.
자외선이 각종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눈, 특히 망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파장이 긴 광선보다는 짧은 광선이 에너지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은 블루라이트는 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추측이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현대인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와 같은 소형 전자기기의 LED(Light emitting diode)에 대한 노출 시간이 늘어나면서 LED에서 방출되는 청색광에 의한 눈 건강 문제는 종종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청색광이 망막에 악영향을 준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청색광이 백내장을 유발하거나 황반변성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눈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동시에 존재하는 실정입니다.
전자기기의 조명을 오랫동안 주시하면 피로감을 유발하거나 안구건조증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근거리 주시를 오래할수록 근시 진행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리고 청색광이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어 각성 상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청색광이 수면 장애 위험성을 올릴 수도 있고, 청색광의 적절한 사용으로 수면 장애 치료를 실시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청색광 노출만으로 황반변성을 직접 유발한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눈 피로감과 안구건조증 등의 증상으로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수 있고, 소아는 성인보다 청색광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어린이들은 장기간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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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인구가 80만이라는데, 실명의 기준이나
통계 수치의 근거와 추이가 궁금합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약 25만 명으로, 전체 등록 장애인의 약 9.4%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는 ‘등록된’ 인구에 한한 숫자일 뿐이며, 중등도 이상의 시각장애를 실제로 겪는 인구는 100만 명을 이미 넘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입니다. 말하자면 실명 인구는 완전히 시력을 잃지 않았더라도 시각적 장애 때문에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인구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실명재단(American Foundation for the Blind)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5천만 명이 시력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미국 인구가 한국의 약 6배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약 800만 명 이상이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시각장애를 경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이 수치는 앞으로 줄어들기보다는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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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과 황반의 구조와 기능이 궁금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눈의 여러 구조물 중 다른 부분은 빛의 경로로서의 역할만 담당하지만, 망막은 광수용체(시세포)를 비롯한 신경세포의 집합체로서 빛을 시각정보로 바꾸는 고성능 센서 역할을 합니다. 그물 망(網), 꺼풀 막(膜)으로 이루어진 망막(網膜)의 한자적 의미는 ‘그물처럼 엉킨 막’이라는 뜻으로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0.2~0.3㎜로 매우 얇은 한 장의 막이지만 그 얇은 막이 실제로는 여러 층의 다양한 신경세포로 잘 짜인 구조물입니다.
단순한 막이 아니라 끊임없이 신호를 받아 전달하는 복잡한 회로와 여러 종류의 정보처리 장치를 지닌 첨단 구조물이라는 표현이 실제에 좀 더 가까운 묘사일 것입니다.
일차적으로는 시세포가 빛을 감지하지만 이곳에서 변환된 전기신호는 그 다음의 내과립층, 신경절세포층 등 다양한 신경세포가 존재하는 층으로 순차적으로 전달되며 처리됩니다. 각 세포층은 분리되어 있지만 위아래의 다른 층들과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어서 처리한 정보는 다음 층으로 연결되어 궁극적으로는 뇌로 전달됩니다.
황반은 눈 가장 뒤편에 있는 신경 조직인 망막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빛이 눈 속으로 들어와 상이 맺히는 가장 뒤쪽 부분이자 전체 망막의 가장 중심부에 있습니다. 황반(黃斑)의 한자는 노란 반점 또는 노란 얼룩이라는 뜻인데, 이 부위에는 황갈색의 색소가 망막의 다른 부분보다 많이 분포하기 때문입니다. 망막 중심부에 더 진하게 보이는 부분이 황반입니다.
황반의 중심부엔 약간 오목하게 파여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는 망막의 여러 층 가운데 위층 일부가 옆으로 밀려나고 광수용체를 포함한 아래층만 존재하여 더 많은 양의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인간과 같은 영장류에만 있는 구조입니다.
망막에 존재하는 시세포는 원뿔세포, 막대세포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원뿔세포는 주로 밝은 환경에서의 선명한 시력에 중요하고 색상의 구별에 관여하는 반면, 막대세포는 어두운 환경에서의 시력에 중요합니다. 황반에는 원뿔세포가 밀집되어 있어 중심시력 형성에 주로 기여합니다. 이런 황반부의 특수한 모양과 세포의 구성은 중심부 시력의 극대화를 위한 고도의 기능적 배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황반은 시력 유지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황반에 회복 불가능한 흉터가 생기거나 심각한 위축(얇아짐)으로 시세포가 사라지게 되면, 망막의 다른 부분이 멀쩡하다 해도 중심시력은 0.02 이하로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황반이 망가지면 그 옆의 비교적 정상적인 부분에 시각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망막의 다른 부분은 황반의 고도로 정밀한 기능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저자 소개
유형곤
서울대, 하늘안과 망막센터장,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오재령
고려대, 한국망막변성협회 부회장
김훈동
순천향대, 한국망막변성협회 학술위원
김준형
차의과대, 한국망막변성협회 학술위원
한정우
순천향대, 한국망막변성협회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