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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했던 교회로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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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경

엠오디

2021년 11월 30일 출간

ISBN 9791197030246

품목정보 125*189*18mm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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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트렁크』,  『대한민국에서 교인으로 살아가기』, 등의 유쾌 상쾌 통쾌한 신앙 에세이를 통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 이숙경이 또다시 새롭고 낯설며 감동적인 신앙 에세이로 독자를 찾아간다.


특히 기독교 신간 베스트 1위를 오래 동안 지켰던 『대한민국에서 교인으로 살아가기』는 기독교 신자보다 목회자들의 반응이 더 뜨거웠던 것은 의외였다. ‘권사님이 우리 교회 교인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문자부터 ‘평신도 설교를 읽고 목회를 그만두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어느 목회자의 진솔한 고백까지 들을 수 있었으니.


가장 솔직한 것이 가장 감동적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해 준 뜨거운 독후감이 도처에서 날아들었다. 편집자로서 이에 자부심을 느낀다. 실패한 듯 보이는 이 솔직담백한 작가의 신앙 에세이가 우리 한국 교회의 교인과 목회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계속 미칠 것이라는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장을 넘길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유머에는 하나님을 향한, 교회를 향한, 교인을 향한 사랑이 따뜻하게 수놓아져 있다. 그것들은 신앙의 신비이며 아무나 맛볼 수 없는 신앙의 비밀이기도 하다. 미국에 앤 라모트가 있다면, 일본에 미우라 아야꼬가 있다면 이제 한국에는 이숙경 작가가 있다.


작가의 말

이 신앙에세이는, 마음은 슬펐으니 예수님으로 충만했던 어느 7월의 기록이다. 그해 7월은 실패했지만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소설가로 등단해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하며 글을 쓰려고 했지만 내 손목을 꽉 잡고 계시는 하나님 때문에 제대로 된 소설 하나 완성하지 못하고 고통 받을 때였다. 정말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지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썼다. 매일 하루의 삶을 원고지 스무 장씩 서른 장씩 한 달 동안 꾸밈없이 일기 쓰듯 써내려 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교회가 펄펄 살아있고 믿음도 펄펄 살아있고 교인들도 펄펄 살아있던 시절의 역사기록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런 시절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 서문 -제기역 1번 출구

내가 이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우리 교회다. 이생에서 가장 많이 나의 발길이 닿은 곳도 우리 교회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도 우리 교회다. 우리 교회는 제기역 1번 출구에 있다.
그곳은 내가 태어나 스물 몇 살까지 산 나의 고향이기도 하다.


결혼 후, 교회에서 24킬로 떨어진 경기도에서 산 지 삼십 년이 넘도록 수많은 날을 제기역 1번 출구로 들락거렸다. 그렇게 1년에 200일 이상 교회에 갔고 250일 이상 교회에 간 해도 적지 않다. 하루에 한 번만 갔을까?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하루에 두 번씩 교회를 들락거렸다. 그렇게 많은 시간 교회를 다녔어도 제기역 1번 출구를 향해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부터 가슴이 뛰었다. 우리 교회의 붉은 벽돌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렀다. 그만큼 교회를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핑계 대고 교회 가지 않는다. 교회에서 특별 새벽기도회를 해도 양심의 가책 1도 받지 않고 쌩깐다. 부흥성회를 하면 기껏 한두 번 갈까말까 하고 집구석에 편안하게 앉아 유튜브로 보다말다 한다. 새벽부터 날아오는 교회 톡이 귀찮다. 당연히 갔던 수요 저녁 예배는 대중기도를 맡은 날만 억지로 가서, 단상 앞에 서서 풀죽은 목소리로 기도하고 내려온다.
코로나 이전에는 좀 나았을까?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상은 아니다. 코로나 핑계 대기 이전에는 피치 못할 약속이 있다고 핑계 댔고, 일한다고 핑계 댔고, 아프다고 핑계 댔고, 몸이 불편한 남편을 핑계 댔다.


오랜만에 교회에 가면 낯설었다. 설교는 구태의연해 보이고, 예배는 지루했다. 눈 감고 예배당에 앉으면 한숨이 나왔다. 주님... 그것이 기도인지 푸념인지 한숨인지 나도 모르겠다.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연합 속회 기도를 맡아서 어쩔 수 없이 교회에 가서 대중기도를 하려고 단상에 올랐는데 어머나, 나는 완전 충격이었다. 연합 속회 날이면 원근각처에서 온 속회원들로 꽉 찼던 예배당에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어르신들만 듬성듬성 앉아계셨다.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았다. 내가 서서히 교회에서 발을 빼던 몇 년 동안 교회가 이렇게 변했구나. 나만 멀어진 게 아니라 다른 교인들도 교회와 멀어지고 있구나. 찜해 놓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일찍부터 와서 예배를 기다리던 수많은 교인들은 다 어디로 가셨나. 마당에서 로비에서 지하 가나홀에서 식당에서 떠들썩하게 복작거리며 웃고 떠들고 손잡았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가셨을까.

내가 행복했던 교회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07년, <어게인 1907>이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오래전 평양 대 부흥 운동의 시절처럼 성령의 불이 붓는 시절로 돌아가자는 의미였을 테지만 불행히 그렇게 ‘어게인’이 오지는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온라인의 활성화가 교회의 부흥에 저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신앙 서적과 신학 서적과 각종 인문학에 빠져 살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각종 신학 강의와 수많은 설교와 성경 강해에 빠져 살았다. 세계 곳곳의 유명 신학자의 강의까지 일체의 가감 없이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한국 교회에 불행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부흥을 어떻게 규명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는 시가 있다. 나는 이런 신앙의 지적 공유가 많아진 지금이야말로 껍데기 신자, 껍데기 신앙, 껍데기 교회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마음을 다하여 예수의 삶을 따르는 리얼 크리스천들로 채워질 것이라 믿는다. 바알을 섬기지 않은 자 7천 명을 남겨두었듯 말이다.


예수님이 막 한국에서 떠나려고 하신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들은 지도 제법 되었으니 예수님이 한국을 이미 떠나셨는지, 아직 안 떠나시고 공항에서 출국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다. 예수님만 떠나려고 하실까? 내 주변에도 교회를 떠난 분들이 적지 않다. 그분들을 죽어라 붙잡지 못한 것은 나도 가끔은 교회를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바울이 미친 듯이 선교의 지경을 넓혀갔던 터키 지방의 수많은 교회들이 지금은 몇 개의 돌덩이와 함께 ‘교회 터’로만 남은 것을 내 눈으로 똑똑하게 보면서 하나님의 교회는 영원하다는 환상을 버렸다.


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회복의 기회를 주신다. 나는 분명히 확신한다. 우리는 그렇게 죽어있는 듯하지만 살아있고, 고요한 듯 보이지만 내면이 활성화되어 있다. 코로나 이후 오히려 활성화된 온라인 소그룹 성경 모임이나 신구약 통독 프로젝트를 봐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일으켜 세우실 것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예수로 하나 된 믿음의 형제들이니까.
그러던 중 책을 발간해야 할 사정이 생겼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창작준비지원금 수혜를 받게 되어 결과물로 책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 장편소설을 낼까, 소설집을 낼까, 에세이를 낼까 고민하다가 문득 오래전 써놓은 이 원고가 떠올랐다. 하나님이 왜 이런 기회를 주셨는지 모르지만 영원히 사장될 뻔한 원고가 세상에 나오게 되니 쑥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이 글은 마음이 슬펐던 어느 해 7월의 실패의 기록이다. 하지만 실패 속에서 만난 하나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원고는 리얼 다큐다. 한 달 동안 매일 원고지 스무 장씩 서른 장씩 일기 쓰듯 썼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지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썼다.


김영하 소설가가 ‘소설은 실패한 사람들의 역사’ 라고 했는데 백번 아멘이다. 뿐인가, 소설가는 자주 실패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제껏 한 일은 수많은 '실패'의 전적밖에 없다. 지금까지 출간된 일곱 권의 책 역시 모두 실패의 기록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간혹 나에게 “당신이 바로 소설이야”라고 하는데 그 말에도 아멘이다. 나는 그동안 소설을 쓴 게 아니라 내가 소설이 되어서 살아온 것 같다. 그만큼 소설적인 인생이었다. 그것은 나의 성향과도 관련이 깊다. 나는 늘 위험했으니.

5년 전, 첫 번째 신앙 에세이 『하나님의 트렁크』를 선보인 후 작년, 두 번째 신앙 에세이 『대한민국에서 교인으로 살아가기』가 출간되었을 때, 놀랍게도 많은 분들의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새롭게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좀 면구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내일의 나를 상상한다. 그때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교회에 감사하고 제기역 1번 출구도 감사하고 지금의 나로 이끌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무엇보다 감사하다. 하나님, 앞으로도 잘할게요.

이 책을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용두동 교회에게
바친다.

2021년 12월 마리서원에서

책속에서


첫문장.  7월 1일 새벽 3시. 나는 창동 길바닥에 서 있었다.


19쪽. 하나님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 (고요하다) (내 가슴에 풍랑이 인다) 하나님, 하나님도 저 때문에 수시로 시험에 드셨겠지만 저 또한 하나님 때문에 자주 시험에 든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30쪽. 그런데 요즈음은 기도실에서 깜짝 놀라는 일이 자주 있다. 글쎄 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이 주일 전인가? 그때도 일찍 와서 이곳에 앉아 가만히 십자가를 바라보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글쎄 흐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이야! 나는 ‘울고 있는’ 내 자신에 너무도 놀라 잠깐 동안 내가 정말 나인가,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이 현실인가 혹시 꿈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때 정말 신기했다.


35쪽. 얼마 전, 그 날도 비가 오는 수요일 저녁 예배였는데 빈자리가 꽤 많았다. 그 모습을 보고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예수님은 비가 오는 수요일 저녁 예배에 오신답니다.”
 하하.


46쪽. 내가 술 좋아하는 줄을 너무도 잘 아는 친구 남편은 소주 한 병을 처음 딸 때마다 '11조 떼어야지'하면서 내 잔을 듬뿍듬뿍 채워주었다. 만난 지 20년 된 친구 남편은 이제 너무 친해져서 얼마 전 내가 술 끊었다고 하니까 거짓말 작작 하라며 꿀밤을 날리기도 했다.


65쪽. 엊그제 번개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 담배를 피우면서, 하나님께 담배 피우게 해달라고 일 년 동안 떼써서 겨우 허락받은 거라고 말해줬더니 친구들이 다 쓰러졌다.


그 기도를 일 년이나 들으신 하나님이 심히 괴로우셨을 거라고. 처음에는 내가 혹시 잘못들은 것이 아닐까 하고 하나님이 자신의 귀를 좀 의심했을 거라고.


93쪽. 요 근래 들어 최고의 음주량을 기록했다. 더구나 나중에 짬뽕을 했기 때문에 머리까지 아팠다. 깨질 것 같은 머리와 울렁거리는 가슴을 겨우겨우 달래 자리에 누웠다. 오늘처럼 취하면 하나님께 면목이 없다. 취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하지만 하나님, 술은 취하라고 마시는 건데요? 나는 하나님께 살짝 주정을 부렸다. 모든 것이 별처럼 아득하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고 나는 만족했다.


120쪽.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주님. 나는 마음속으로 주님을 불렀다. 그것이 기도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흐느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처럼 울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삶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그곳에서 나를 그 어떤 곳으로(아마 좋은 곳이리라, 어떤 축제의 장소이리라) 이끌어 주실 하나님의 손길을 기다렸고, 그 간절함은 눈물이 되어 계속 흘러내렸다. 나는 슬프면서도 한편 행복했고, 어떤 상실감에 사로잡히면서도 완전한 어떤 것을 느꼈다.


131쪽. 나는 교회가 좋다. 이 예배당이 좋고, 저 십자가가 좋다. 교인들이 성경책을 사락사락 넘기는 소리,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 목사님의 전심이 담긴 말씀, 다 좋다. 좋다 뿐인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낀다. 하나님께 간구하는 마음 애통한 마음이 가득하여 비록 눈물로 시작하지만 끝날 즈음이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예배가 좋다

133쪽. 교회를 올라가는 제기동역 1번 출구 지하철의 돌계단까지 사랑스럽다. 낮은 언덕길에 오를라치면 저만큼 애인이 서 있는 것처럼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진다. 어느 날은 아무도 없을 때를 기다려 교회 외벽의 벽돌을 하나하나 더듬어 본 적도 있다. 그 느낌이라니! 예수님의 숨결이, 하나님의 은은한 사랑이 햇볕에 잘 구워진 벽돌처럼 따스하게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교회 안에 있는 모든 사물은 나를 감격시킨다. 잘 마른 빨래처럼 티 없이 아름다운 공간!


157쪽. 어두운 청년교회 예배당은 더욱 좋았다. 아무도 없고 에어컨은 가동되지 않아 후끈했지만 이미 내 영혼도 후끈 달아오른 터라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어두운 곳에서의 기도가 더욱 몰입이 잘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 것도 참 좋다. 물 한 잔 떠 놓고 한 모금씩 마시면서 나는 가만히 묵상했다. 이전처럼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감격에 겨웠다. 이곳에 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예배의 감격이 늘 임하기를!


183쪽. 하나님. 예전에 안데르센 동화집인가 하여튼 어디선가 읽은 동화인데요, 사람들이 멋지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들길을 걸어 교회로 갔답니다. 화창하고 기분 좋은 날이었지요. 그런데 교회에서 목사님께서 침을 튀기면서 지옥, 죄, 벌에 대하여 열과 성을 다하여 설교하셨다는 게 아닙니까! 덕택에 평화롭던 순하디 순한 시골의 착한 교인들은 모두 무서워 벌벌 떨면서 집에 갈 때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음미하고 즐길 여유도 없이, 시름에 젖어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내가 행복했던 교회로 다시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예배의 감격과 기쁨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다시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 그때 그렇게도 교회를 사랑했구나, 그렇게도 교회 가는 것을 좋아했구나, 엎어지고 쓰러지는 상황에서 하나님을 붙들려고 그렇게 애를 썼구나...


지금 나의 마음은 슬프다. 이제 다시는 ‘행복했던 교회’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만 최고이고 교회에서 충성을 해야만 하나님 나라의 의를 구하는 것이고,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 바로 교회에 죽자고 나와서 시간 바치고 물질 바치고 그야말로 영끌하여 하나님 섬기는 것이라고 아무리 설교해도 이제 아멘으로 화답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책은 교회가 펄펄 살아있고 믿음도 펄펄 살아있고 교인들도 펄펄 살아있던 시절의 역사기록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또 한편 생각한다. 왜 교회에서는 그토록 많은 날을 교회에 나오라고 했을까.


나는 왜 그동안 ‘삶이 곧 예배’라는 말을 들을 수 없었나. 교회의 프로그램은 교인들을 위하여 있는 게 맞나? 교인들의 개인적인 삶은 완전 무시하고 그렇게까지 교회로 불러들이면서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맞나?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를 교회에 충성 봉사하라는 의미로 해석해 준 것이 예수님이 하신 말씀의 진정한 뜻인가?


지금은 내가 믿는 하나님이 교회 안에만 계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땐 내가 믿는 하나님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부리는 교회에는 절대 계실 리가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아직도 교회 다니니?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어느 땐 목사님들께 묻고 싶다. 정말 하나님 믿으세요?
어느 땐 목사님들께 전도하고 싶다. 제발 예수님 좀 믿으세요.


교회에 분란이 있을 때 목사님만 예수님 편에 서면 상처 없이 해결되는 일(물론 해결되지 않았다) 들을 몇 번 겪다 보니 내 영혼도 빈들에 마른 풀처럼 시들어져 가는 모양이다. 믿음 보충제는 교회밖에도 많다. 책도 있고 강의도 있고 신실한 교제도 있고 유튜브도 넘쳐난다. 나는 용두동교회 교인이기도 하지만, 독일에 계신 신학자가 만든 온라인 교회 교인이기도 하며 주일에는 서너 교회의 예배를 찾아서 함께 한다.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나? 가 아니라 교회 안에도 구원이 있나? 로, 교회 밖에도 하나님이 계시는데 교회 안에도 하나님이 계시기는 한 건가?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예수 없는 예수 교회』 라는 책도 있으니.

그래도 나는 교회 간다.


이전처럼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두 번 세 번 교회를 가지 않지만. 교회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을 받지도 않지만 교회를 떠날 생각은 없다. 여전히 제기역 1번 출구는 나에게 감격을 준다. 그 계단을 오르면 내가 행복했던 시간이 오롯이 떠오른다. 교회의 붉은 벽돌 예배당 앞에 서면 여전히 미소가 지어진다. 반가운 분들과 허그도 하고 손도 잡고 인사를 나누면 그 자체로 행복하다. 그분들은 늘 그 자리에 계시다. 그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에 감복한다.


이 책 속의 어느 해 7월은 실패했지만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교회에 최선을 다했던 그 시절,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를 오가느라 남편과 아들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가슴 아프다. 내가 교회 가느라 비어있는 집에서 가족들이 견디었을 그 쓸쓸함을 어떻게 내가 보상하여야 할까. 신앙생활에 지혜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진짜 거두어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잘 보살펴주어야 할 가족에게 그때의 나를 용서해달라고, 진심으로 미안하고 말하고 싶다.

언제인가 이런 푸념을 늘어놓으니 어느 목사님이 이렇게 위로했다.


“그래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었으니 하나님은 그것을 기억하실 것이고 그리고 가족들도 그 마음은 이해해 주실 겁니다. 그렇게 열심히 교회에 다녔으니 이런 글도 쓸 수 있는 겁니다.”


그 위로가 죄책감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때 내가 교회에 쏟았던 사랑을 지금은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 쏟고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꼭 붙잡고.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은 나의 남편이다.
교회에 갔던 수많은 시간, 나를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할게요.


목차

작가의 말 - 제기역 1번 출구
7월 1일
7월 2일
7월 3일
7월 4일
7월 5일
....
7월 28일
7월 29일
7월 30일
7월 31일
에필로그 - 그래도 나는 교회간다

저자 서문 -제기역 1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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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경
2006년 매일신문,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동시 당선으로 등단. 작품 : 소설집 『유라의 결혼식』, 『1944, 테러리스트, 첼로』, 산문집 『자폐클럽』, 『현장에 서 붙잡힌 여인이 가로되』, 『하나님의 트렁크』 외. cann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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