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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위한 청교도 연구 3) 청교도 - 이 세상의 성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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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학과 복음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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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 기독교 그 영광의 정체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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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문헌으로 쓴 초대 그리스도교 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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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법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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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를 말한다 루터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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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혁명 국가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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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이 쓴 우르국의 천지인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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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하나님 나라 지평의 사각지대
하나님 나라 지평을 물리적으로 규정하면 “천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고백 내용 중 첫째가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우리가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을 믿을 뿐 아니라 그 천지를 전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통치하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앙고백은 온 창조 세계가 다 하나님 나라 지평이라고 믿는 것을 뜻합니다. 햇빛이 비치는 곳, 비가 내리는 곳, 바람이 부는 곳, 공기가 있는 곳, 공기가 없는 곳도 모두 하나님 나라 지평입니다.
국가 간의 평화의 조약이 체결되는 외교 영역이나 서로 죽이고 파괴하는 전쟁터나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나 죽음이 찾아오는 종말이나 결혼의 기쁨이 가득한 곳이나 이혼의 아픔이 있는 곳이나 에너지가 넘치는 건강한 사람에게나 불치의 병으로 고통 중에 있는 곳도 하나님 나라 지평입니다. 천지간에 하나님의 관심과 통치가 미치지 않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개혁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는 강조하였습니다. 물리적인 장소 뿐만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와 생명을 갖지 못한 존재까지 모든 대상이 하나님의 관심과 통치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 모두가 하나님 나라 지평입니다. 하나님 나라 지평이란 곧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과 통치가 미치는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신앙고백은 이 엄청난 사실을 믿고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하나님 나라 지평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습니다. 교회와 교회가 하는 모든 활동은 하나님 나라 지평임을 쉽게 알 수 있고 또한 받아들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을 예배하고 전도하고 말씀을 배우고 성도를 섬기며 하나님 나라 법을 따라 살도록 지도합니다. 그러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로서 교회는 말씀을 가르치고 성례를 집행하고 기도하고 전도하고 선행을 힘씁니다. 그러나 그러한 교회의 일은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바라볼 때 매우 제한적입니다. 교회가 제시하고 가르치며 지도하는 것을 성실하게 따른다고 해도 하나님 나라 사각지대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브라함 카이퍼가 하나님의 영역주권을 강조한 것도 성경의 그러한 가르침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도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에 신앙의 생활화를 강조합니다. 내용상으로는 교회가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하나님 나라 지평을 따라 갈 수 있지만, 인간의 불완전함과 교회가 하나님 나라 지평을 다 아우를 수 없는 한계성 때문에 배가의 노력과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인 신자들이 교회에서나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들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신자라고 하여 그들의 일상이 세상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신자나 불신자나 나라 법을 지키고 윤리와 도덕을 존중하고 예의와 질서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뉴욕에서 살아가려면 미연방법과 뉴욕 주 법을 지켜야 합니다. 운전하려면 드라이브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고 자동차 보험에도 가입해야 합니다. 병원에도 가야하고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변호사의 도움도 받아야 합니다. 문화생활을 향유 하려면 영화도 보고 뮤지컬도 관람하고 박물관과 관광 명소도 찾아가서 구경합니다.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서 미식을 즐기는 것도 현대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보람이고 그 외에 개인의 취미와 취향에 따른 온갖 활동을 합니다. 신자들이 그러한 일상을 살다가 교회로 모여서 그 일상의 경험을 나눕니다. 건강에 대한 정보, 음식 재료와 만드는 방법과 맛있는 요리를 먹은 경험을 나누기도 합니다. 자동차 사고의 경험 쇼핑의 경험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과의 이런저런 경험들도 나눕니다. 가족끼리 싸운 이야기 가족보다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와의 관계와 경험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입니다. 감기에 걸려서 고생하는 이야기 허리가 삐끗하여 고생한 이야기 코비드 19로 고생한 경험 가족과의 사별한 충격적인 이야기 등 온갖 경조사의 이야기를 신자들은 교회에서 나눕니다. 그런 일상의 경험들은 그 종류와 수를 셀 수조차 없이 많습니다. 신자들이 교회에 모여서 그런 이야기로 웃고 울면서 교제가 깊어집니다. 그런 이야기와 나눔이 관계를 깊어지게 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한 우리의 일상의 경험을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생각하고 배우고 적용하는 것에는 우리가 모두 매우 서툴 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생사의 중대한 문제가 아니고 사소한 일들은 성경의 가르침이나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에 의하면 그 다양한 우리의 일상이 모두 다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 일상의 경험이 모두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일어나는 것이란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과 통치의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그것들이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과 통치의 대상이라면 우리의 관심과 사랑과 통치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주간에 우연히 맛있는 요리 만드는 비법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 요리를 만들어 자신과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한 일은 행복한 경험입니다. 그 다음 주일에 교회에서 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그 정보를 얻어서 그 정보를 나누어 준 사람처럼 행복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런 경험이 하나님 나라 지평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굳이 그 경험을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적용하지 않아도 그 정보를 통한 좋은 영향은 여러 사람이 받게 됩니다.
그런 정보 하나도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경험하고 해석하고 적용하면 그 효과는 백배 천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고의 개혁이고 신앙의 생활화이고 영적 생명의 활동입니다. 그 경험에서 그냥 넘어가면 그저 좋은 정보 얻었다는 것에 불과하지만,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심층적이고 수준 높은 신앙 인격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먼저 그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가 건강에 좋은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고, 그 요리를 위해 필요한 재료의 경제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요리를 먹고 자신이 느꼈던 행복감과 가족이 좋아했던 것의 가치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접근은 하나님 나라 지평의 사회성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간다면 그 요리를 해서 친구나 친척을 대접한다면 가족 관계와 대인관계를 유익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가족 관계를 더 화목하게 하고 대인관계를 더 돈독히 했다면 맛있는 요리 레시피 하나가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의미 있게 적용된 것입니다. 그런 효과를 내게 한 것은 내가 아니고 성령님이십니다.
우리가 개발해야 할 하나님 나라 지평의 사각지대는 무수히 많습니다. 어떤 일상의 경험도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접근하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모든 경험이 하나님 나라 지평에서 재평가되고 적용되고 확대되고 심화 되어 우리의 신앙 인격이 성장하고 하나님 나라가 확대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일상은 목회하는 목사나 선교하는 선교사나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나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나 육체노동을 하는 노무자나 예술을 하는 예술가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어떤 종류의 일이나 능력이 아니라 성품과 태도입니다. 바울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할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하나님 나라 지평의 사각지대를 성령의 도움을 힘입어 하나님의 영광이 꽃피는 옥토로 개간 하라고 한 것입니다.
머리말/ 하나님 나라 지평의 사각지대 …… 9
지평 1. 하나님
01.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의 신비 1 15
02.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의 신비 2 22
03. 우리 마을로 이사 오신 하나님 1 28
04. 우리 마을로 이사 오신 하나님 2 34
05. 하나님의 손 1 40
06. 하나님의 손 2 46
지평 2. 인간
01. 인간의 존재 방식 1 53
02. 인간의 존재 방식 2 59
03. 인간의 존재 방식 3 64
04. 인간의 존재 방식 4 69
05. 인간―기억하는 존재, 올바른 기억의 중요성 75
06. 인간의 복수성, 사유 불능성, 악의 평범성 80
07. 인간의 이중성은 불완전성의 증거 86
08. 인간의 체질과 여호와의 긍휼 91
09. 인류의 딜레마, 인간에겐 답이 없다 97
10. 늙고 병들고 죽다 101
11. 인간 연약함의 치명성 106
12. 인간이 AI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역설적 이유 1 112
13. 인간이 AI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역설적 이유 2 118
14. 인간이 AI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역설적 이유 3 127
15. 인간이 AI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역설적 이유 4 133
16. 언약 파기―비극의 원인 137
17. 인생 실패의 원인 1 141
18. 인생 실패의 원인 2 146
지평 3. 가정, 교회, 국가
01. 가정의 독점적 이상 1 155
02. 가정의 독점적 이상 2 160
03. 가정의 독점적 이상 3 166
04. 가정의 독점적 이상 4 172
05. 가정의 독점적 이상 5 178
06. 가정의 독점적 이상 6 185
07. 가정의 독점적 이상 7 193
08. 가정, 교회, 국가, 터전이 무너진다 1 201
09. 가정, 교회, 국가, 터전이 무너진다 2 206
10. 가정, 교회, 국가, 터전이 무너진다 3 210
11. 가정, 교회, 국가, 터전이 무너진다 4 214
12. 가정, 교회, 국가, 터전이 무너진다 5 220
13. 장로제와 대의민주주의 1 227
14. 장로제와 대의민주주의 2 232
15. 장로제와 대의민주주의 3 238
16. 장로제와 대의민주주의 4 245
17. 진리를 거스르는 상식의 오류 251
18. 개인과 모든 공동체는 악을 억제하고 선을 도모해야 256
19. 바꿔서는 안 될 가정의 조건 262
지평 4. 신화와 이방 종교와 기독교
01. 신전 없는 기독교는 어떻게 종교가 되었는가 1 271
02. 신전 없는 기독교는 어떻게 종교가 되었는가 2 278
03.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1 284
04.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2 289
05.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3 293
06.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4 298
07.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5 304
08.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6 310
09.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7 316
10.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8 321
11.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9 325
12. 신화와 이방 종교에 물든 교회의 개혁과제 10 330
지평 5. 관계 중심의 하나님 나라
01. 하나님 나라 관점과 관계 중심 1 337
02. 하나님 나라 관점과 관계 중심 2 341
03. 하나님 나라 관점과 관계 중심 3 345
04. 하나님 나라 관점과 관계 중심 4 349
05. 하나님 나라 관점과 관계 중심 5 352
06. 하나님 나라 관점과 관계 중심 6 356
07. 하나님 나라 관점과 관계 중심 7 360
08. 하나님 나라 관점과 관계 중심 8 366
09. 평화를 지향하는 하나님 나라 1 374
10. 평화를 지향하는 하나님 나라 2 379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의 신비
성경과 만물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자기 계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자신에 대해 논증하시거나 묘사하시는 방법이 아닌 당신의 뜻과 하시는 일을 드러내 보이시는 방법으로 자신을 계시하십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당신 자신을 밝히 드러내 보여주셔도 인간이 하나님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쉽다거나 어렵다고 하는 것도 사실은 바른 설명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하나님을 아는 것은 단순히 지적인 차원을 넘어 믿음의 차원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인간이 하나님을 아는 것입니다. 성경은 믿음의 대상으로서의 하나님을 계시할 뿐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서의 하나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해를 위해, 초월적 하나님은 믿음의 대상으로, 내재적 하나님은 이해의 대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철학은 신의 존재를 이해의 대상으로 접근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인식 능력은 물론 상상력까지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크세노파네스는 만약 소나 말이 신을 그린다면 신을 소나 말처럼 그렸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경도 하나님을 의인화의 방법으로 묘사하여 하나님의 눈, 하나님의 오른 손, 하나님의 마음 등으로 묘사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나 상상의 능력이 의인화의 방법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경이 비록 의인화의 방법으로 하나님을 묘사하지만 하나님이 인간과 같이 사지백체를 가진 존재는 아닙니다. 초월적 존재를 의인화의 방법을 통해 설명하지만 성경이 엄중히 경계하는 것은 인간이 하나님을 피조물의 어떤 존재처럼 이해하거나 상상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시고 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지음을 받은 피조물입니다.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를 어떤 피조물과 같은 존재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오해입니다. 성경이 이러한 오해를 심각하게 경계하였지만,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경고하신 일들은 반드시 일어나고 만다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중요성은,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이해와 지식 가운데 인간 존재의 근본과 목적과 가치와 삶의 원리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바르게 교육되고 강조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과 믿음은 인간을 고귀한 존재로 만들지만 하나님에 대한 그릇된 지식과 오해와 왜곡은 인간을 금수나 악마와 같은 존재로 만들기도 합니다.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은 인간의 문명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희랍 신화에 의하면 올림프스의 신들은 성질이 고약하고 질투와 시기와 외도와 강간과 심지어 근친상간이나 동성애를 하는 것도 예사였습니다. 고대 그리스는 기라성 같은 현명한 철학자들을 많이 배출했고, 또한 민주주의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그리스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고, 남자들은 여자들을 재산의 일부로 생각하였습니다. 남자는 자유롭게 첩을 두었고 여자 노예와 창녀들과 자유롭게 정사를 나누고, 잘 생긴 소년들과도 사랑을 나누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그런 삶이 정당화 되었던 배경에는 그리스 신들의 방종이 있습니다. 그리스의 신들은 온갖 권력을 쥐락펴락하고, 인간을 종처럼 부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이고, 아름다운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마음대로 취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크세노파네스는 그리스의 신들이 방종한 신들로 묘사 된 것은 인간 욕망의 투사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그가“소나 말이 신을 그렸다면 소나 말처럼 그렸을 것이다.”라고 한 말은 이를테면 방종한 그리스의 신들은 방종한 그리스인의 반영이라는 지적입니다. 방종한 그리스의 신들은 방종한 그리스인들의 반영이고 또한 방종한 신들은 그리스인들의 방종을 정당화 하고 심화시켰다는 뜻입니다. 크세노파네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나 헤시오도스의 신통기(Theogony)가 “인간들이 저지른 추악한 죄악을 모두 신들에게 전가했다.”고 비난하였습니다. 그리스 신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인도의 신들도 권모술수와 살육을 밥 먹듯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인도의 가장 유명한 영웅 신 중 하나인 크리슈나는 아내를 1만 6천명을 둔 호색한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인도에는 인간 계급의 카스트 제도가 있고 최고의 계급은 브라만이고 맨 아래는 노예 같은 수트라가 있고, 수트라에도 들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이 전체 인구의 15% 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습니다. 이런 것이 다 그들의 그릇된 신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가나안의 신 바알도 방종의 신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나쁜 짓 하는 신은 나쁜 짓 하는 인간의 반영으로 인간이 만든 신이지만 그 나쁘게 만들어진 신은 인간을 더욱 나쁘게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희랍의 신들이나 인도의 신 같이 방종의 신이 아니라 고도의 윤리와 정의와 사랑의 신으로 계시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초월적 하나님의 절대 주권도 강조하지만 내재적 하나님의 정의와 윤리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은 때로 독재적이고 폭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 때문에 권위주의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성경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존재가 권위와 사랑이 조화롭게 통합된 신임을 보여줍니다.
고대인들은 하나님 대신 여러 신들을 만들어 섬겼지만 현대인들은 고대인들처럼 여러 신을 우상으로 만들거나 섬기지는 않지만 모든 절대자를 부정하고 인간 이성을 의존하거나 혹은 부정하는 사상으로 매우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현대 문화의 타락과 혼란은 현대인의 혼란스러운 신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인간의 하나님 이해가 의인화의 방법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은 초월적 하나님을 피조물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설명할 위험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인간보다 월등히 힘이 세고 지혜와 지식이 탁월한 존재로 설명하는 것은 일면 맞는 설명이기도 하지만 매우 위험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를 설명하기 위해 의인화의 방법을 사용하지만 하나님을 인간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옳지 않고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기의 수준에서 하나님을 이해하고 설명합니다. 성경은 인간의 수준 때문에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을 오해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악하다고 정죄하지는 않습니다. 사도 바울에 의하면 어렸을 때는 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바울이 어린아이 수준의 신앙을 정죄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인간과 비슷하게 상상하고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고 성경을 읽고 공부한 시간이 오래되어 장성한 믿음의 사람이 되었어야 함에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하나님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은 책망 받을 일입니다. 더 나쁜 것은 초월적 하나님과 그의 계시를 인간 인식의 대상으로 만 취급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초월적 하나님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계시를 비틀거나 왜곡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인간 이성의 인식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인간의 실수는 이성적이고 지식적 사람들에 의해서만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맹신적으로 믿는 이들에 의해서도 저질러집니다. 하나님을 보았다거나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거나 사회보장과 시스템이 완벽한 것 같은 천국을 보았다는 경험들도 초월적 하나님을 인간 이성의 인식 차원에서 오해하는 실수입니다. 보고 듣는 것이 초이성적인 경우도 있지만 보고 듣는 것이야 말로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것일 수 있고, 다 신령한 것은 아닙니다. 보고 듣는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과 논리와 합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동일하게 이성적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시는 이성적으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영역을 포함하고 있지만 또한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영역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존재가 그렇고 하나님의 뜻과 행위도 역시 인간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영역과 이해할 수 있는 내재적 영역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과 만물도 역시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 양면성은 하나님께서 자연과 자연법칙을 창조하셨지만 자연을 자연법칙에만 맡겨두지 않으시고 직접 통치하시기도 하시기 때문입니다. 자연법칙은 과학으로 규명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직접 통치는 과학이나 이성으로 다 규명할 수 없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자연법칙에 의해 작동되거나 영향을 받도록 하나님께서 창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님을 닮은 존재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다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이성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을 성경은 십계명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을 대할 때 우리가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님께서 당신 자신을 인간에게 계시하셨다는 사실은 그 계시를 통해 인간이 하나님을 바르게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합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 하나님을 아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인간이 도무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계시하신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지적 능력의 한계와 수준을 충분히 감안하시고 그 같은 방법으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앎은 제한적이고 부분적이며 또한 오해되고 왜곡되는 일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신학자나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초월성을 강조하고 자유주의 신학자나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내재성을 강조합니다.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닌 일반 신자들도 그 지도자들의 신학에 따라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보수적인 신자들은 하나님의 초월성을 강조하고 자유주의 신학에 영향을 받은 신자들은 하나님의 내재성을 강조하게 됩니다.
교회 역사에서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에 대한 시비는 끊임없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은 그의 계시에 대한 인간 이해에서 불가피하게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께서 주도적으로 인간에게 드러내 보여주시고 설명하는 것이지 논증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학적으로 하나님을 변증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 때문이지 계시 자체가 변증의 대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모든 계시가 합리적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믿음은 합리성에 의존하지 않지만 합리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합리성은 초월성을 설명할 수 없지만 초월성을 부정하면 안 됩니다.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소홀히 하면 심각한 신학적 문제들이 고개를 들게 됩니다. 초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문화적 상황과의 관련성을 잃게 되고, 내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어떤 특정의 문화에만 얽매이거나 신앙의 초월적 영역을 상실하게 됩니다.
18세기 계몽주의 이전에는 하나님의 초월성 사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계몽주의 사상이 지배적이 되자 초월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의 부작용을 극복하자는 것이 하나님의 내재성으로 치우치게 되었습니다. 계몽주의 이전의 신학은 위로부터의 신학이었다면 계몽주의적 신학(이신론, Deism)은 하나님에 대한 합리적 성찰이기에 아래로부터의 신학이라고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신앙주의, 후자를 객관주의라 부르기도 합니다. 신앙주의와 객관주의 양자에 다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이 주관주의입니다. 그러나 주관주의 역시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토대로 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지성적 극단적 보수주의가 되기 쉬운 신앙주의도 경계해야 하고, 하나님과 계시에 대한 절대적 권위와 초월성을 부정하는 자유주의로 흐르게 될 객관주의의 위험도 예방해야 하며, 계시의 역사성과 객관성을 소홀히 하여 신비주의로 귀결될 위험이 있는 주관주의를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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