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라는 말을 꺼내고 나면 사람들은 흔히 이런 대답을 한다. 멋있어요, 좋은 직업이에요. 하지만 곧 우리는 작은 침묵 속에
놓인다. 그들은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했고 내가 써낸 원고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송작가로 살아온 시
간은 작품의 수와 비례하지만 세밀한 비율과 구체적인 수치는 결코 직선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CBS는 돌아가면 안아줄 것 같은 고향이고, KBS는 날 성장하게 한 훈련소, MBC와 SBS는 가끔 들러 좋은 책을 만나는 도서관
같다. 세상의 어떤 방송매체에서 나를 불러줄 때, 그들은 나의 얼굴이나 나의 말투, 나의 단어 선택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들끊는 심장, 어깨를 들썩이는 관심, 그리고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약속을 믿을 뿐이다. 그들은 가끔 그 선택에 만족하고 또
가끔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나의 일을 후회한 적이 없다.
어느덧 방송작가 14년 차, 그동안 1998년 SBS 제1회 TV 문학상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을, 2002년 장애인 권익문제 연구소 감
사패, 2004년 외국인 노동자의 집, 중국동포의 집 감사패를 수상했다. MBC 특집 다큐멘터리 <한 지붕, 두 엄마, 일곱 아들
(2006)>, K-TV 휴먼 다큐 <사람, 사람이 좋다(2008)> 등을 비롯해 아이랑TV, CBS, CTS 등에서 수십 편의 휴먼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활동하였다. 이외에 여러 특별 기념 영상물과 라디오 프로그램, 홍보 영상물을 집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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