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고 싶었을까, 질문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답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사랑과 엄격함이 공존하는 교회공동체였다. 신앙의 이름으로 요구받는 복종은 반항끼 많은 내가 감당
하기 어려울 정도로 버겁고 무거웠다.
그 짐이 싫어서 떠돌았다. 노숙자와 함께 자고, 노가다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고아원의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품에는 항상 작은 수
첩을 지니고 있었는데 내가 듣고 보고 생각한 모든 것을 빼곡하게 기록하곤 했다. 빈 백지 위에는 질문 없는 답을 찾아가는 여정
들이 그려졌다.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수많은 질문과 답이 쏟아졌다. 토론과 말들이 오갔다. 그 답들은 누군가에게는 꼭 들어맞는 것이었고 누군가에는 좌절을 안겨주
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답은 없었다.
교회 사역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질문하고 사역자들은 답을 내어놓지만 힘없이 흩어지는 말들이었다.
달동네에서 버림받도 외면당한 아이들을 만났다.
물 부족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만났다.
어떤 꿈과 미래조차 허탈할 뿐인 노답 인생을 끌어안은 영혼들이었다.
그 공허한 눈동자 속에 낯익은 분이 계셨다.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장담하시던 그분은 아무 말도 없었다.
울고, 소리 지르고, 욕하고, 웃고 떠들고 계셨다.
노답 인생 곳에, 정답이신 그분이 깃들어 있었다.
* 현재 덕은침례교회에서 청소년부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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