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출애굽기가 창세기와 한 단위를 이루는 것으로 보고, 매주 읽기 본문에 따라 그 문명사적인 의미를 치밀하게 풀이한다. 본문에 대한 미드라쉬와 탈무드 등 여러 랍비의 해석에 박식한 저자는 불의와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간의 자유와 정의 사회의 구체적 형태를 밝힐 뿐 아니라, 오늘날 자멸로 치닫는 인류를 구원하는 길을 적극 제시한다. 전쟁과 학살, 권력자들의 억압과 착취, 소비주의와 자연 파괴가 극심해질 뿐 아니라 혐오, 적대감, 가짜뉴스가 팽배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인류문명이 파국에 직면한 현실에서, 하나님이 노예들을 해방하여 민족을 이루신 문명사적 의미는 무엇인지, 모세는 어떻게 유대인들의 영혼에 불을 질렀으며, 아론은 어떻게 그 불꽃을 “영원한 빛”으로 바꾸었는지를 새롭게 깨닫도록 해준다. 적대감과 폭력을 넘어서는 방법은 무엇인지, 정의 사회는 어떤 원칙들을 지켜야 하는지, 다수결 원칙에서 소수자의 권리는 어떻게 지킬 것인지, 시민 불복종의 원칙이 왜 필수적인지, 또한 성막 건설이 인류 문명사에서 왜 그토록 중요한지를 해명한다. 특히 모세오경을 “제국들과 제국주의에 대한 세계의 가장 위대한 항의”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며, 모세가 “하나님의 얼굴을 보기를 두려워한” 사회심리학적 이유와 초자연적 ‘기적들’을 실존적인 ‘사건’의 차원에서 설명한 방식, 시내산 계약에 앞서 백성들의 동의를 구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민족”의 실천적 의미를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의 일상화”와 연결시켜 사제집단의 기득권화에 대한 비판과 예언자들을 통한 상호 보완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방법, 그리고 하나님이 초자연적 기적 대신 인간에게 책임을 넘기신 이유 등은 홀로코스트 이후 신학의 특징을 보여 준다.
목차
<성서심층연구 시리즈>를 발간하면서ㆍ11
출애굽기: 민족의 탄생ㆍ15
셰모트(Shemot, 이름들)
시민 불복종ㆍ39
어둠 한가운데 있는 빛ㆍ44
지도자의 신념ㆍ50
모세는 무엇을 두려워했을까?ㆍ57
바에라(Va’era, 그리고 나는 나타났다)
희망의 잔ㆍ67
강퍅해진 마음ㆍ73
한 줌의 먼지ㆍ80
역사 속에서 행동하시는 하나님ㆍ86
보(Bo, 오라!)
어둠의 심장ㆍ101
자유의 학교ㆍ107
운명의 언약ㆍ114
증오를 내려놓기ㆍ125
베샬라흐(Beshallaḥ, 그가 보냄 받았을 때)
시간과 사회적 변화ㆍ133
갈라진 바다: 자연적인가, 초자연적인가?ㆍ139
리더십의 네 가지 모델ㆍ146
전환점ㆍ153
이트로(Yitro, 이드로)
정의인가 평화인가?ㆍ167
제사장 나라ㆍ173
거룩한 민족ㆍ183
시내 산과 자유의 탄생ㆍ194
미쉬파팀(Mishpatim, 율법들)
원수를 돕는 일ㆍ205
텍스트와 해석: 낙태의 사례ㆍ214
신은 디테일에 있다ㆍ220
이방인 사랑하기ㆍ228
테루마(Teruma, 헌물)
이동식 집ㆍ241
자발적 헌금ㆍ246
하나님을 위해 만드는 집ㆍ253
법궤 만들기ㆍ262
테차베(Tetzaveh, 너는 명할 것이다)
제사장과 선지자ㆍ275
우리는 기도할 때 누구의 발자취를 따라야 할까?ㆍ282
형제들 : 5막으로 구성된 드라마ㆍ290
옷이 사람을 만드는 걸까?ㆍ298
키 티사(Ki Tissa, 네가 계수할 때)
고집이 센 백성ㆍ313
안식일과 금송아지: 2008년의 대폭락에 대한 성찰ㆍ324
유대인 계수하기ㆍ332
위로부터의 각성, 아래로부터의 각성ㆍ338
바야크헬(Vayak-hel, 그리고 그는 모이게 했다)
안식일: 첫날인가 마지막 날인가?ㆍ347
세 종류의 공동체ㆍ352
민족 형성: 고대의 해답, 현재의 문제ㆍ359
거룩함의 아름다움, 또는 아름다움의 거룩함ㆍ368
페쿠데이(Pekudei, 회계)
의심을 넘어서: 공공 생활에서의 청렴성ㆍ375
중심에 계신 하나님ㆍ383
야영지 및 여정ㆍ395
출애굽기: 내러티브 구ㆍ404
저자와 옮긴이에 대해ㆍ416
본문 펼쳐보기
2024년, 전 세계 숲과 산호초는 기록적으로 파괴되었다(1년 전보다 숲 파괴 80% 증가, 전 세계 산호초 84% 파괴). 지구 평균기온은 1년 전보다 2.5배 상승하여, 재앙 마지노선 섭씨 1.5도 상승을 넘었다. 지금처럼 빠른 기온상승 속도는 6,500만 년 이래 처음이다. 기온상승이 가속화되어 2045년에 2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점차 세계 농업과 어업, 해류 순환이 붕괴하여, 3도 상승 이전에 식량난과 식수난, 해수면 상승, 전쟁으로 인류문명이 붕괴할 것으로 학자들은 경고한다. 정확히 3년 후에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3도 상승 수준(550ppm CO2e)에 도달한다.
p. 11
그래서 출애굽기는 이중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 하나님은 일련의 기적으로 백성들을 구원하셨다. 그러나 그 기적들이 백성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백성 스스로가 해방 과정에 기여해야 했다. 여기에는 영원한 메시지가 있다. 백성들은 외부의 원인, 곧 이 경우 하나님의 개입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그 자유를 유지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하시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하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p. 33
모세가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만약 그가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만약 그가 하늘의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는 인간의 고통과 화해해야 할 것이다. 그는 왜 이곳에서의 고통이 저곳에서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지, 왜 지금의 나쁜 것이 나중에 좋은 것에 필수적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역사의 궁극적인 정의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모세가 그렇게 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한 지식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인간이기를 멈추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가능했을 것이다. ··· 그러한 지식은 신적인 것이지 인간적인 것이 아니다.
p. 61~62
(pp. 92-93) 인간 조건에 대한 대부분의 비전의 핵심에는 미르치아 엘리아데가 (그의 책 ≪우주와 역사≫에서) “역사의 공포”(the terror of history)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시간의 흐름은 재난, 명백한 무작위성, 급진적 우연성을 동반하며, 질서와 일관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노력에 큰 위협이 된다. 역사에는 의미가 없는 듯하다. … 우주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어떤 신호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믿었던 고대에도 그랬다면, 오늘날 삶을 “우연과 필연”(자크 모노)이나 “눈먼 시계공”(리처드 도킨스)의 작동에 불과하다고 보는 신다윈주의자들(neo-Darwinists)에게는 얼마나 더 그러하겠는가.
p. 92~93
도대체 왜 은과 금이 필요했을까? 이스라엘 백성은 서둘러 떠나야 했고, 이집트인들이 너무 서둘러 떠나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반죽이 부풀 시간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하나님은 그들이 이별 선물을 요구할 시간을 갖도록 그렇게 강요하셨을까? 도대체 광야를 가로지르는 긴 여정에서 그것들이 어떤 용도로 쓰일 수 있었을까? 그들이 실제로 금으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면 우리의 당혹감은 더욱 극심해진다. 그들은 그것을 사용하여 당대 최악의 죄를 지었다. 곧 금송아지를 만든 것이다.
p. 126
편집자 주: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1550-1070년)는 금 생산량이 세계 최고였기에 무역을 통해 지중해의 패권 국가가 될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금은 교환 가치뿐 아니라 금의 영원한 광채는 태양신(Ra)과 연결되어 신적 권능, 영원성, 순수성을 상징했다. 신에게 금을 바치는 것은 신을 기쁘시게 한다고 믿었다. 무게 10kg이 넘는 유명한 “투탕카문의 순금 마스크”(gold mask of Tutankhamun)는 파라오가 내세에 신적인 존재가 되도록 의도한 것이었다.
p. 126
현대 세계는 네 개의 혁명을 통해 형성되었다. 즉 영국(1640년), 미국(1776년), 프랑스(1789년), 러시아(1917년) 혁명이다. ··· 프랑스에서는 “테러”로,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주의 공산주의가 그것이었다. 차이점은 청교도가 이끈 영국과 미국의 혁명은 히브리어 성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러시아 혁명은 철학에서 영감을 받았다. ··· 혁명이 실패하는 이유는 권력 구조를 바꾸면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진실이 있지만, 상당한 거짓도 있다.
p. 137
다른 말로 하자면, 기적은 반드시 자연법칙을 정지시키는 것은 아니다. ···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건이 전달하는 도덕적 메시지다. ··· 에밀 파켄하임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획기적인 사건”(epoch-making events)에 대해 말했다. ··· 비슷한 맥락에서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개인이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진실과 대면하게 되는 “존재론의 파열”(rupture in ontology)로서의 “사건”(event)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p. 143
그러나 바다의 상징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에게 고대 언약 체결 의식을 상기시킨다. 언약의 핵심 동사는 “자르다”(to cut)이다. 한 마리 또는 여러 마리의 동물 사체를 가르고, 언약 당사자들은 그 사이에 서거나 앉았다. 일반적으로 통합되거나 전체였던 사물의 나눔은 이전에 나뉜 개체(사람, 부족, 민족)의 통합을 상징했다. 이런 맥락에서 핵심 구절은 창세기 15장에서 하나님과 아브라함 사이에 있었던 언약 “쪼개기”다.
p. 154
인류의 종교 경험의 역사에서 이와 같은 것은 없다. 결국 유대교에서 공부는 기도보다 더 높은 종교적 경험이 될 것이다. 유럽 대부분이 문맹에 빠져 있을 때 유대인들은 교육을 받았다. 유대인들은 연구를 통해 인간 존엄성과 평등의 새롭고도 여전히 매력적인 형태를 만들어 냈고, 이는 알파벳의 탄생을 통해 가능해졌다. 그것이 유대인들이 “제사장들의 나라”가 된 방식이다.
p. 181
편집자 주: 2025년 3월 13일 Atlantic 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약 70%가 네타냐후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유대인 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유대인들의 53%가 네타냐후 총리를 불신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p. 192
역사를 통틀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로크, 흄, 칸트, 벤담, 밀과 같은 철학자들은 도덕적 삶을 합리성, 공감, 의무 또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몇 가지 폭넓은 원칙으로 축소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원칙들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도덕성이 사회의 본질과 구조가 되려면 행동 강령으로 번역되어야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하는 행동과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에 의해 도덕적으로 만들어진다.
p. 222
우리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려주라”라는 생각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권력 분립은 믿지만, 법의 세속화(secularization of law)나 신앙의 영성화(spiritualization of faith)는 믿지 않는다. 산헤드린이나 대법원은 성전 가까이 위치해야만, 법 자체가 종교적 비전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
p. 224
유대교가 고대 세계의 두 위대한 문명에서 탈출한 두 번의 여정을 통해 탄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즉 아브라함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또한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은 파라오의 이집트에서 각각 탈출했다. 토라는 제국과 제국주의에 대한 세계의 가장 위대한 항의(The Torah is the world’s greatest protest against empires and imperialism)다. 이 항의에는 여러 차원이 있다. ···
p. 235
칸트의 이성이나 흄의 감정은 유럽을 대량 학살로부터 예방할 만큼 강력하지 않았다. ··· 토라가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 즉 이방인에 대한 증오 현상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돌이켜보면 끔찍하다. 토라는 마치 이성은 불충분하다고 최대한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공감은 부족하다. 오직 역사와 기억의 힘만이 증오에 대항하는 균형추를 형성하기에 충분히 강하다.
p. 237
따라서 성막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우주적 사건이었다. 즉 에덴으로의 귀환이자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유배를 수리하는 일이었다. 하나님은 다시 한번 인간들 사이에 집, 즉 거처를 갖게 되실 것이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진영(camp) 한가운데에 위치하여, 그들이 여행할 때는 여행하고, 쉬는 동안에는 쉬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임재와 친밀감을 더 이상 기적이나 위기의 순간에만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일상적 사건이고, 끊임없는 깨달음이 될 것이다.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성막과 창조 사이의 유사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의문들이 남아 있다.
p. 256
유대교의 천재성은 가장 주요한 사회적 선은 지식이라 보는 것이었다. ···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모든 지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 즉 토라를 담고 있는 법궤였다. 토라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민족으로서 이스라엘의 성문 헌법이다. 모든 사람이 율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사람은 가장 완전한 의미에서 시민이다(이스라엘은 헌법 전문가들의 민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그렇기에 성소의 구성 요소 목록에서 토라는 여기에서만 2인칭 단수에서 3인칭 복수로 바뀐다.
p. 266
다른 모든 것의 토대는 바로 제사장들이 매일 성소와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는, 일상적이고 극적이지 않지만 필수적인 봉사였다. 그것이 바로 유대 민족과 하나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였다. 유대교는 그 핵심에서 제사장 종교다. 우리는 모세오경의 구성 자체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오경의 책들은 ABCBA 형태의 교차대구법 또는 거울 이미지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p. 280
유대교에서 예배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 중세의 가장 위대한 현자인 마이모니데스(Maimonides, 1138-1204, 스페인)와 나흐마니데스(Nahmanides, 1194-1270, 스페인) 사이에 근본적인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 이것은 먼 과거와 살아있는 현재 모두에서 유대교 영성의 본질에 대한 핵심 질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가 될 것이다.
p. 282
유대인 전체가 개별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민족”(출 19:6)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사장이 카리스마의 일상화(the routinization of charisma)를 대표한다면, 유대교는 일상생활의 할라카적 성화를 통해 결국 일상의 카리스마화(the charismatization of routine)가 되었다.
p. 310
모세는 어떻게 하나님이 그들 가운데에 임재하셔야만 하는 바로 그 이유로 백성들의 완고함을 언급할 수 있을까? “주께서는 우리와 함께 가 주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 백성이 고집이 센 백성인 것은 사실”이라는 문장에서 모세의 “왜냐하면”의 의미는 무엇일까?
p. 314~315
현자들은 “아담 바훌 알 마모노”(Adam bahul al mamono), 즉 부를 추구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자기 파괴적인 짓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16세기 말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열풍(tulip craze), 1720년 남해 회사 버블(South Sea Bubble), 1920년대 플로리다 부동산 붐에서 일어난 일은 1929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과장된 기대감은 가격 상승으로 강화된 투자의 물결로 이어지고, 결국 호황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때까지 이어진다. 요나의 박처럼, 하룻밤 사이에 번성하다가 다음 날 죽어버린다. 패자는 대개 경제적 능력이 가장 부족한 사람들이다.
p. 325
흥미로운 것은 토라가 금송아지 증후군에 대해 제안하는 치료법이다. 그 사건 직전과 직후(출 31:12-17; 35:1-3)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령을 내린다. 두 번 모두 같은 명령, 즉 안식일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명령을 내렸을까?
p. 326~327
역설적이게도 하나님이 만드신 첫 번째 돌판은 온전히 남아 있지 않았다. 하나님과 모세의 공동 작업인 두 번째 돌판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연히 그 반대가 되어야 했다. 즉 거룩함이 클수록 더 영원해야 했다. 도대체 왜 더 거룩한 물건은 깨지고 덜 거룩한 물건은 온전하게 남아 있었을까? 이것은 다만 돌판에만 해당하는 질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이것은 유대교 영성의 근본 원리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p. 339
그러나 하나님이 모세에게 성소를 짓도록 지시하신 내용과 모세가 백성에게 지시한 내용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첫 번째 경우, 파라샤 ‘키 티사’에서는 안식일 명령이 마지막에, 건축의 세부 사항 뒤에 나타난다. 두 번째 경우, ‘바야크헬’에서는 안식일 명령이 처음에, 건축의 세부 사항 앞에 나타난다. 왜 그럴까?
p. 347
유토피아는 실현된 적이 없다(“유토피아”라는 단어 자체가 “장소가 없다”라는 뜻이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다가올 세상”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매주, 일주일에 한 번씩 예행 연습을 하기 때문이다. 안식일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될 이상적인 사회를 위한 본격적인 예행 연습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는 처음에 그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p. 350
천지 창조 이야기는 단 34절에 불과하지만, 성막 건축에 대한 이야기는 약 500절에 달한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인류를 위한 집을 만드시는 일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유한하고 오류가 있는 인간이 하나님을 위한 집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성서가 하나님에 관한 인간의 책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하나님의 책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즉 하나님이 관심을 두시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창조하느냐이지, 그분이 어떻게 창조하느냐가 아니다.
p. 361
민족 형성을 주제로 하는 출애굽기에 도대체 왜 이처럼 긴 성막 건축 이야기가 포함되었을까? 그 이야기는 오히려 성막 자체의 봉사를 다루는 레위기에 속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이스라엘 백성이 노예 상태에서 해방되고 하나님의 주권 아래 한 민족으로 탄생하는 일에 전념하는 출애굽기에서, 성막 건축 이야기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p. 362
이것으로 우리는 아마도 출애굽기에 내포된 가장 깊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논제에 도달하게 되며, 이것은 타나크 전체의 핵심이다. 즉 하나님 없이는 인간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하기 마련이다. 진영의 중심에 있는 성막에 상징된 하나님의 임재가 없다면 인간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억압하고, 싸우고, 착취하기 마련이다. 어떤 형태의 “이라트 샤마임”(yirat shamayim), 즉 “하늘에 대한 경외심”(reverence for heaven)이 없다면 정의로운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p.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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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 색스가 독자들에게 준 선물은 유대교 전통에 나오는 이야기들, 학자들의 설명, 개인적인 철학을 이용하여 인문학적이며 친절한 어조로 풀어내는 그의 알기 쉬운 설명으로, 그가 말하는 주제에 대한 강렬한 사랑과 지식, 그리고 독자들에 대한 깊은 존경을 드러낸다. 본문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며, 유대교 전통과 계속되는 대화에 독창적으로 기여한다.
_Jewish Book World
간략하지만 심오하며 자주 시적으로 설명해주는 이 책은 학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해서도 읽기에 완벽하다.
_Text & Texture (Rabbinical Council of America)
조너선 색스는 참으로 거인이다. 어려운 분야를 두루 섭렵하면서도 매우 탁월하게 쉬운 말로 설명하는 것은 그의 독특하며 특출한 공헌이다. 그는 종교의 통찰력을 현대 세계와 연결시키면서 신앙의 이야기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데, 이것은 매우 드물고 놀라운 성취다.
_Tony Blair
위대한 학자이며 위대한 해설자다. 랍비 색스가 이룬 놀라운 역할은 그의 박식한 주석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일이다.
_The Jewish Standard
강력하게 서로 연결시킨 주제들은 오랜 세월 동안의 치밀한 성찰을 신선한 통찰의 순간으로 바꿔놓는다. 조너선 색스의 철학적인 주석작업의 최고봉이다.
_The Jewish Chron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