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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칼바람 부는 겨울날 병실 출입문이 여닫힐 적마다 삶의 애환이 문 틈새로 들어온다. 살아있는 생생함을 조금만 더 느끼고 싶어 프리지아에 코를 묻듯 바람 내를 깊이들이마신다. 의자 삐걱이는 소리, 바쁜 걸음걸이, 볼펜 딸각거리는 소리,반가이 스치는 인사, 아이 떼쓰는 소리, 바스락대는 손놀림… 모든 게 곁에 있어도 그립고 갖고 싶고 느끼고 싶은 것들이었다.
몇 시간 후에도 내가 이 세상에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내가 없어진다는 것이 어떤 건지도 모르겠다. 내 목숨을 위해 나조차도 어느 누구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분만실의 허연 천장만을 응시하며 할 수 있는것이라곤 이것밖에 없었다‘.살려주세요, 하나님… 살려주세요…’
밤을 넘기며 의사도 내려놔야만 했던 가능성 99퍼센트를 하나님께서 들어 올리셨다.
“조혈모세포가 30퍼센트밖에 없어요. 아직 젊으니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골수 이식밖에 없어요.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항암치료 합시다.” 따뜻하셨던 고윤웅 박사님의 조언을 뒤로 하고 셋째 아이와 함께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병원에 가지않았다. 20대의 길지 않은 몇 해를 지내며 나는‘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생생히 배웠다. 그렇게 하나님 곁에서 제 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몇 차례 수혈을 받으며 위기를 겪는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나의 하나님께서 내 생명을 23년째 붙들고 계신다. 내 삶의 모든 여정이 그렇지만 특별히 지난 23년간 걸어온 인생의 길은 주님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말할 게 없다. 주님이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도 은연중에 흥얼대곤 하는 찬송가의 한 소절이 있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주님의 능력과 인자하심 안에서 나의 주님과 함께 거닐어 온 지난 세월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나와 주님과만의 추억이다.
나의 전 존재를 다루며 싸매시고 품으시고 빚으시는 시간들이 흘러갔다. 영의 세계를 열어주시며 주님의 나라를 보게 하시고 영적전쟁을 지도하셨다. 성령님의 음성을 듣고 동행하는 법을 배워가며, 주님을 사랑하고 ‘한 사람 앞에 멈추는 것’의 소중함을 알아가면서 나는 ‘예배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집에 돌아온 나를 주님의 말씀에 푸욱 잠기게 하셨다. 주의 말씀과 교회를 향한 열정이 살지 죽을지 알 수 없는 몸의 위기와 두려움을 태워버렸다. 한여름에 성경을 읽고 연구하면서 나의 성경책은 나만의 주석서가 되어갔다. 온 몸에 땀을 주르르 흘리며 말씀의 달콤함에 빠져 있던 그 행복감을 잊을 수가 없다. 말씀의 깊은 샘을 파는 노동의 즐거움에 모든 어려움은 맥없이 소멸되어 갔다.
산소통 곁에 누워서 읽다 만 책이 너무 보고 싶어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책상 앞에 올라앉았다. 신구약 전체를 다룬 여섯 권짜리 시리즈를 그렇게 몇 날 며칠 내리 읽으며 성경 신학에 푹 빠져 뿌듯해하던 시간들도 뒤돌아보니 미소 짓게 한다. 하나님은 그렇게 나를 준비해 가셨다.
이스라엘의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새벽에 기도를 하노라면 마음에 두 단어가 차오르며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스라엘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스러움’이었다. 그것이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끄시는 시작이었다.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부어지면서 이스라엘, 성막, 절기, 제사, 히브리적인 성경의 배경 등을 배우는 일에 열정을 주셨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로 가득한 구약의 모형들을 깨달아가면서 자연스레 마주하게 되는 주님의 시간End Time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마지막 때에 대한 부르심의 자리로 이끌려 가고 있었다.
일어나 내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 문을 열 때 몰약이 내 손에서, 몰약의 즙이 내 손가락에서 문빗장에 떨어지는구나 내가 내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 문을 열었으나 그는 벌써 물러갔네 그가 말할 때에 내 혼이 나갔구나 내가 그를 찾아도 못 만났고 불러도 응답이 없었노라 성 안을 순찰하는 자들이 나를 만나매 나를 쳐서 상하게 하였고 성벽을 파수하는 자들이 나의 겉옷을 벗겨 가졌도다 예루살렘 딸들아 너희에게 내가 부탁한다 너희가 내 사랑하는 자를 만나거든 내가 사랑하므로 병이 났다고 하려무나 (아 5:5-8)
주님이 맡기신 한 성도를 잃고 요한계시록을 알아야 한다는 소명이 내 심장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요한계시록과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들이 겹겹이 몰려오면서 그 후로 10년 가까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무력한 시간들을 지내야 했다. 아가서 5장에서 밤의 어둠을 뚫고 다니며 사랑하는 이를 찾아 헤매는 여인의 날들이 나의 날들이었다.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꽃다운 젊은 시절이 흘러가버 렸다고 느낄 때쯤 다 익은 열매가 눈앞에 있어 생각 없이 하나하나 주워담다 보니 소출이 가득하다. 그 고난의 밤중에도 요한계시록을 놓치지 않고 소명 안에서 걷게 하신 하나님은 기적이시다. 어쩌면 하나님께로부터 온 그 소명이 인생의 깊은 밤을 지새울 때 살아가고 견딜 수 있는 힘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두운 터널에서 나왔다. 그러자 코로나 19가 시작되면서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유튜브 채널 <왕의 정원 요한계시록>이 얼떨결에 시작되었다. 항상 그렇듯 주님이 감동을 주시는 대로 한 발을 들여놓게 되면 그 뒤로는 홀린 듯이 부르심의 길을 걷게 된다.
간단하게 핵심을 정리하는 방식의 얇은 책을 쓰기로 하고 시작된 여정이 여기까지 왔다. 뉴욕의 거리 전도자 지용훈 목사님과의 대화 속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나님은 우리를 유인하시는 것 같아요.” 이것이 오늘까지 내가 걸어온 대략이다. 더듬어 보면 높으신 하나님께서 나를 향한 목적을 가지고 나의 인생 전체를 조율하며 견인해 오셨다. 내 일생 최대의 영광이다. 하나님의 부르심!
의학적인 불가능과 육체적인 한계를 뚫고 오게 하신 것은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들 때문이다. 하나님의 권능과 사랑과 진리와 부르심. 그것이 나를 살게 했다.
탄탄한 성경적 근거 제시 ∙ 탁월한 구조분석 ∙ 풍부한 배경이야기
코헨신학대학교 강신권 총장과 성막의 대가 강문호 목사가
극찬하고 강추한 요한계시록!!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와 서울신대 윤철원 교수
김삼성 선교사, 헬렌 김 선교사, 김종철 감독이 추천합니다.
저자 | (기본값:제작사 정보 미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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