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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사라진 그녀들 (고대에서 현대까지 처음 읽는 기독교 여성사)

젠더로 읽는 기독교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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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정

선율

2019년 01월 31일 출간

ISBN 9791188887057

품목정보 153*225*25mm378p584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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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여성사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흔히 ‘역사는 강자의 편’이라고도 하고, ‘역사의 주인공은 민중’이라고도 한다. 역사를 누가, 어떤 눈으로, 어느 자리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소환되는 얼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의 이야기, 강자와 약자의 이야기,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모두를 아울러 들어봐야 역사적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 종교개혁 이후의 신학을 개혁신학이라 부르고 이를 정통신학, 즉 ‘바른 계통’의 신학이라 칭해왔으나 이것이 곧 완전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정통신학으로부터 ‘나중 된 자가 먼저 되고’ ‘가난한 자들과 몸 불편한 자들과 저는 자들과 맹인들을 잔치에 청하는’ 혁명적이고 급진적인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안경을 획득했다. 이 안경을 쓰고, 문화적 차이와 시대적 한계를 넘어 기독교 역사를 재조명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당면한 시대적 이슈와 갈등을 해석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정통의 언저리로 가는 것, 소수라고 불리고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통신학의 정통성, 기독교의 본질에 다가가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인 여성 신학자가 쓴 최초의 기독교 여성사로,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기독교 역사를 여성주의 관점으로 읽어낸다. ‘기록에서 배제되거나 기억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목소리를 되살려’ 그들의 지위와 역할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는 남성과 여성을 가해자와 피해자,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편 가르는 것이 아니라, 여성은 ‘배제된 자의 대명사’이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이렇게 여성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잃어버린 역사의 조각들, 주목받지 못하거나 외면당했던 신학과 이름이 특정되지 않은 시대의 군상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듯, 기독교 여성사 연구는 체제 전복적이고 권력 저항적이었던 예수의 설교를 복기하여 진정한 의미의 하나님 나라를 들여다보도록 안내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향하던 예수의 시선과 섬김을 기억하게 함으로 인간의 존엄과 만인의 평등한 가치를 회복하도록 도울 것이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기독교 여성사의 거시적 흐름


이 책은 고대 로마 박해의 시대(1부)부터 시작해서 중세 기독교 제국 시대(2부)와 근대 시민사회를 통과한 서구 기독교(3부)가 어떻게 동아시아로 건너와 정착(4부)하게 되었는지, 역사의 굵은 흐름을 따라 4부가 구성되어 있다. 각 시대마다 중요한 사건들과 다양한 이슈들을 살피되 주변부에 있던 사람들, 희미한 사람들, 채색되지 않은 사람들의 대명사였던 ‘여성’들을 이야기의 중심부로 옮겨놓고 기독교 역사를 새롭게 고찰한다.


1부 “고대 편”에서는 불온 문서라는 주홍 글씨를 달고 외경이나 위경으로 분류된 ‘성서 밖의 성서들’과 이단으로 배척된 사상들의 증언을 통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평등 공동체를 꿈꾸며 남녀 간 차별을 두지 않았던 예수의 가르침이 이후 어떤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는지, 여성 순교자들의 기록들은 어떤 모양으로 남성 리더십에 의해 편집되고 각색되었는지, 기독교 공동체의 지도자였던 여성들이 어떻게 남성을 돕는 보조적 존재로, 이단으로 마녀로 내몰리게 되었는지 낱낱이 고발한다.


2부 “중세 편”에서는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로 공인되고 로마의 남성 지식인들이 교회 공동체 안으로 들어와 리더십을 발휘하게 되면서 일어난 변화를 살핀다. 철저한 계급 사회였던 로마의 위계질서가 교회 안에 자리 잡으면서 여성들은 교회 리더십으로부터 배제되었다.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창조되었고 남성을 꾀어 죄를 짓게 하는 사탄의 통로라는 여성 혐오적 교리의 발달로 인해 교회 안에서 더욱 설 자리를 잃어버린 여성들이 광야로 나가 자기 비움의 영성을 키워가게 된 과정을 조밀하게 들여다본다.


또한 저자는 기독교의 후원자였던 로마 황제들의 뒤에서 적극적으로 실력을 행사한 황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와 성지 순례, 성인, 성상 등에 대한 중세 대중들의 집착적 신앙에 대한 이야기, 임신과 출산, 피임과 낙태 등과 관련해서 주술적 행위나 민간 신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마녀로 내몰린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들의 배경과 맥락을 균형 있게 설명함으로써 부정적이고 피상적인 당대 평가에 더 익숙한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시대적 한계 속에서 여성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최선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3부 “근대 편”에서는 교회와 여성이 시민 사회의 등장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살펴본다. 종교 개혁은 여성들에게 온전한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여전히 여성들은 남성들이 제시하는 단일한 선택만을 하도록 요구받았고, 남성들의 주도 아래 제한된 해방을 경험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마녀사냥은 더욱 광적으로 자행됐다.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시민 사회의 문이 열렸으나 역시 주인공은 남성들이었고 여성들은 자신들의 천부 인권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했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한계를 밀도 높게 다루면서 여성들이 어떻게 금기에 도전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싸웠는지 역동적이면서도 지난한 과정을 설명한다. 또한 영국의 감리교 운동과 미국의 복음주의 운동이 이후 어떻게 여성 운동의 지형을 변화시켰는지 그 명암을 다루는데, 특히 한국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복음주의 여성 운동의 한계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4부 “동아시아 편”에서는 근대 시민 사회의 보편 가치인 인간 존엄과 남녀평등 사상이 서구 기독교의 해외 선교 채널을 통해 동아시아에 어떻게 정착했는지 들여다본다. 서구 열강들의 통상 압력에 끝내 빗장을 열게 된 중국과 일본과 조선은 각자의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기독교를 이용하고 협력하며 서구 문명을 수용하고 근대 국가로 진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시아 여성들이 얻게 된 수혜와 갈등, 서구 열강의 선민의식과 아시아 문화 인식의 왜곡 등을 다룬다. 역시 시대적 한계는 있었으나 시대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며 새롭게 주어진 기회를 받아들이고 활용했던 여성들의 주체성을 조명한다.


이단과 마녀로 내몰리거나, 가부장제가 규정해온 여성성 안에서 타자화되고, 남성들의 지도와 문명화가 필요한 무지하고 야만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비단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여성 안수를 거부하는 교단, 여성 혐오 발언이 난무한 강단, 교회 안에서 은밀히 자행된 여성에 대한 폭력, 가부장적 지배체계 아래 합리화되어온 모든 관행들, 결국에 기독교는 개독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이럴수록 우리는 역사가 보여주는 통찰 앞에서 겸허해진다. 저자는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이 누군가 만들어 놓은 단일한 프레임과 협소한 시각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구상했다고 말한다. 주체적으로 역사 앞에 서서 다양한 시선을 마주할 때 우리는 더욱 풍성한 예수의 가르침을 누리고, 그가 보이신 평등 공동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안드로포스(온전한 사람)를 향한 여정 우리들의 숙제


저자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성들의 분투를 ‘안드로포스를 향한 여정’이라고 소개한다. ‘안드로포스’는 사람이라는 뜻의 헬라어다. 하늘을 보는 사람, 영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수는 모든 사람에게 ‘안드로포스(온전한 사람)’가 되라고 가르쳤다. 안드로포스는 거듭난 사람,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행하는 사람 등 여러 가지로 풀어 읽을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예수는 남녀 모두를 안드로포스를 향한 여정에 초대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방인도 노예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이것은 기존 질서를 뒤집는 전복과 반전의 메시지였다. 여성이 남성을 통하지 않고 홀로 온전한 사람일 수 있다고 여겨진 시간은 인류 전체 역사 가운데 매우 짧은 한 토막이다. 지금도 여성은 홀로 온전한 사람이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교회 안에서 그 인식은 더욱 완고하다.


기독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적응해왔고, 때마다 교회가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역할들도 달라졌다. 시대적인 한계와 가부장적인 종교 권력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여성들은 본인들에게 주어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름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가지고 그들의 역량을 키워나갔다. 영성운동으로, 시민운동으로, 선교 활동으로 여성들의 역할과 활동 범위는 점차 확장되었다. 항상 여성들은 자신들이 남성과 동등한 이성과 인격을 가지고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는 안드로포스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고, 증명해왔다.


동시에 저자는 기독교 역사 속 여성들의 안드로포스를 향한 여정에 담긴 빛과 그림자를 가감 없이 소개한다. 시대적 한계와 모순을 초월한 영웅이나 성녀는 없다. 자기 생각과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저자의 담백하고 긴 호흡을 따라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역사에서 사라진 희미한 그녀들이 표지 그림의 막달라 마리아처럼 선명하게 채색되어 강렬한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녀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금까지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다만 그녀들을 볼 수 있는 우리들의 눈이 뜨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들의 안드로포스를 향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소수자들, 을이라는 지위의 노동자들, 이주민들, 난민들, 온갖 편견과 차별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희미한 모습이 채색되고 그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올 때야 비로소 그들도 우리도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목차


여는 말 반드시 길은 있다


PART 1 고대 편: 역사로 귀환하다

잃어버린 성서 , 사라진 그녀

마리아 복음서가 돌아오다

‘신의 어머니’가 된 동정녀 마리아

남겨진 시간, 여성 순교자들의 마지막 증언



PART 2 중세 편: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다

하나님의 딸들, 광야에 서다

황제를 움직인 여성들

탐욕의 시대, ‘비움의 영성’으로 생명을 노래하다

성녀와 마녀의 경계를 품은 민중 여성들



PART 3 근대 편: 시대에 저항하다

종교 개혁의 바람 앞에 선 여성들의 선택

이브의 귀환, 여성혐오에 반격을 가하다

시민사회를 향한 여성들의 인간 선언

복음주의 여성 운동, 그 빛과 그림자



PART 4 동아시아 편: 모순의 시대를 넘다

20세기 문턱에서 아시아를 찾아온 여성들

반식민지 중국, 전족 풀고 혁명에 나서다

‘양처현모’, 메이드 인 메이지 일본

식민지 조선, 구국의 어머니를 고대하다



닫는 말 ‘나 홀로’ 역사는 없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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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정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민주화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987년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수업을 시작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마주한 광주항쟁의 진실과 6월 항쟁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고통에 침묵하는 신에 대하여 그리고 역사와 시대에 대하여 처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이후 대학원에서 한국교회사를, 미국 버클리graduate theological union 에서 미국 종교사와 아시아 관련 역사를 공부했다. 기독교 젠더 이데올로기와 동아시아 근대국가 담론 형성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교 외래교수로 미국기독교사, 아시아기독교사, 기독교여성사, 한국기독교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공저로 <21세기 세계 여성신학의 동향>, <역사에 묻고 미래에 답하다>, <한국선교의 개척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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