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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

이승윤을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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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홍성사

2021년 10월 25일 출간

ISBN 978893651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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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being)와 비존재(non-being)

그 사이 경계선에 놓인 

‘나’와 ‘너’를 ‘환대’한다


“30호 이승윤의 사람을 향한 작은 시선” 읽기


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낯선 멜로디와 몸짓으로 등장한 30호는 우리에게 작은 충격을 안겼다. 그 충격 안에는 자신만의 장르로 재해석된 음악뿐 아니라 그의 말들이 주는 울림도 있었다. “나는 환대를 받았다”, “존재의 의의를 구체화하겠다”, “나는 경계선에 서 있다”. 환대, 존재, 경계선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단어이자, 지금 이 시대 많은 이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말이기도 했다. 30호가 꺼낸 3개의 단어는 멀리 토론토대학교의 한 젊은 철학도를 사로잡았다. 그는 이승윤이 말한 이 세 가지 렌즈를 그의 음악뿐만 아니라 이 세상과 자아를 고찰할 수 있는 유익한 도구로 사용하며 우리 시대의 환대, 존재, 경계선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펴냈다. 


‘환대’, ‘존재’, ‘경계선’ 

3가지 렌즈로 보는 세상


이 책은 이승윤이라는 현상을 매개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인문학적 탐구를 시작한다. 지금 개인의 삶, 특히 주변부로 내몰리고 있는 여러 세대들의 삶은 불안한 생존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 들려오는 정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겨 절망의 골은 깊어진다. 많은 이들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선에 서 있다. 그러나 그 절망 가운데에서도 마치 이승윤처럼 경계선에 서서 자신의 존재를 구체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존재를 향해, 진짜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여기서 저자는 이승윤의 장르를 가리켜 ‘존재를 위한 노래’라고 말한다. 그의 노래는 경계선 너머 좌절이 아닌 새로운 출발로 향해 가는 대안을 보여 준다.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소외된 다른 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승윤 역시 주류가 아닌 ‘방구석 음악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관심을 ‘환대’라고 해석했다. 주류인 심사위원이 아닌 대중에 의해 끌어올려진 환대였다. 그는 환대를 받는 객체로서 이방인이고 나그네, 손님이었다. 이 책의 저자 김희준은 ‘환대’를 가리켜 지금, 여기, 나의 것이 아닌 다르고 낯선 모든 것, 모든 이들에 대한 환영이라고 정의한다. 설사 그 낯선 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하며 그로 인한 막연한 두려움과 닿아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환대’야말로 경계선 너머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 김희준이 말하는 《환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 예를 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타워즈⟩, ⟨대부⟩ 등 위대한 작품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그 방대한 이야기가 결국 특정한 한 개인에서 시작하고 매조지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라는 데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개인, 사회 시스템 속에서 소모되어 가지만 위대한 서사의 출발이자 종착역이 되는 바로 그 개인을 위로하길 원했다. 이 책에 실린 내 글은 그 경계가 모호한 글임에 틀림없다. 팬심이 담긴 글에는 철학이 담겨 있고, 철학적 담론이 들어찰 때면 대중음악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경계를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구심점엔 이승윤이라는 특정한 한 음악인이 자리하고 있다. ‘싱어게인 30호’. 모든 것이 닫힐 대로 닫혀버린 팬데믹의 한 가운데에서 피어난 꽃 하나. 그를 통한 내 사유의 발로는 이승윤이라는 한 개인의 특정함을 너머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와 그에 대한 소중함으로 전진하고자 하는 자의식의 발현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에서 음악이라는 보편적 도구를 통해 특정한 인간 개인의 삶과 가치를 풀어내는 음악인 이승윤처럼 나만의 철학적 도구를 사용해 그의 음악과 그 음악이 들려지는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사유하고자 시도했다. 그 덕분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학문적인 글인지, 개인적 에세이인지, 글쓴이인 본인조차 그 경계를 선뜻 나누지 못한다. 그러나 이 사유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 나 또한 그 어딘가에 나만의 경계를 그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이해될 수 있을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 책은 음악인 이승윤이라는 한 사람을 통한 음악과 예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지만 결코 난해하거나 복잡한 이론과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대중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음악과 예술에 투영하는 자기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관한 사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예술과 인간에 대한 조망은 이승윤이 방송에서 언급했던 환대, 존재, 경계선이라는 세 가지 창으로 구분된다. 이 세 창은 나뉘어져 있지만 세상을 보는 환대의 통로로서 연결된다. 환대는 음악과 닮았다. 무수한 가능성들 사이에서 꽃 피우는 인간의 생명처럼, 연주되고 들려지는 음악은 하나의 소리를 넘어 제한된 음들의 조화와 환대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각각의 음들이 모여 곡이라는 하나의 환대적 공동체로 연결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이 언제나 공동체를 향하는 것과도 닮아 있다. 공동체와 음악 모두 오롯이 뚜렷하며 견고하게 선 한 사람의 실존을 요구하며, 이 홀로 섦은 단절과 차단이 아닌 생을 향한 의지와 사랑을 갈망함으로 지속된다. 그 어느 누구보다 생의 경계에서, 삶의 둘레 어딘가에서 지금을 헤쳐 가는 당신을 응원하며 이 글을 드린다. 



목차


프롤로그


Part I. 환대


Chapter 1. 환대를 위한 노래

환대, 존재, 경계선. 그 시작 

환대를 위한 노래: 달이 참 예쁘다고 

나, 너, 그리고 위로 


Chapter 2. 환대: 그 낯설음에 관한 탐구 (with 음악)

음악과 상징과 환대 

락 음악과 환대 I: 철학적 탐구 

락 음악과 환대 II: 브릿팝 그리고 오아시스 


Chapter 3. 환대, 그 아우름의 덕목

음악으로서의 환대와 연대 

공동체 

음악, 전통, 그리고 환대 

환대의 공동체 

개인을 위한 환대 

이승윤 장르: 환대의 장르 

팬덤(fandom) 



Part II. 존재의 의의, 그리고 구체화


Chapter 1. ‘나’, 실존을 노래하다

용기 

존재(being)와 비존재(non-being) 

불안과 실존 

아모르 파티: 생을 향한 의지와 사랑 


Chapter 2. 서사적 존재, 실존과 삶

서사(Narrative) 

이승윤 장르: 존재를 위한 노래 

존재를 위한 노래 1: 시적 허용 

존재를 위한 노래 2: 사형선고 



Part III. 경계선


Chapter 1. 경계선과 개인

새로운 대안 

음악과 경계선 

경계선과 음악 I: 파편 

경계선과 음악 II: BTS와 이승윤 

경계선에 선 사람들 


Chapter 2. 경계선 너머

가짜 꿈과 진짜 꿈 

경계선의 노래: 뒤척이는 허울 

경계선 너머 

개인주의자 

파편, 그리고…

 

에필로그 

참고 문헌



본문 펼쳐보기


달은 우리 각자를 말한다. 나에게로 환원되는 듯한 언어적 정의는, 결국 언어를 들려줄 ‘다른 이’를

가리킨다. 달이 참 예쁘다고 당신에게 말해 주고 싶다. 이 말을 전하는 나도, 당신도, 우리도 참 괜찮은 존재다. ‘달이 예쁘다’는 이 말, 즉 저 달처럼, 아름다운 무언가는 곧 유한함을 함께 내포한다. 저 아름다워 보이는 별들마저 사실은 죽어 버린 행성의 잔해인 것처럼 말이다. 존재하는 것은 정해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시적 화자는 이것마저 괜찮다고 말한다. 함께한 후 남겨지는 누군가 다시 나를, 또 당신을 바라보며, 추억하며, 존재하며 불러줄 테니 말이다. 이 유한한 아름다움은 현실의 규범이 정해 놓은 도덕률을 뛰어넘는다. 실존적 아름다움 그 자체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선한 것으로 남는다.

_〈Part I. 환대〉 p. 31


실존하는 존재의 삶은 진보의 연속이다. 인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신념과 생각, 외부로 표출되는 행위들을 모두 포함하여 이러한 진보는 이뤄진다. 주소들이 사라진 밤거리를 헤매듯 방황하거나 일기장 한 구석에 새까맣게 구멍이 날 정도로 상념에 잠기는 것조차 실존하기 위한 힘과 삶에 대한 용기와 불가분의 관계다. 존재의 의미는 살아 있음으로 성취된다. 이승윤의 노래가 시적인 허용 안에서 표출하는 존재의 한계는 불안 그 자체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 자신이 노래를 통해 자기 자신에게, 존재에게 요구하는 것, 그것은 좌절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다. _〈Part II. 존재의 의의, 그리고 구체화〉 p. 132


한 분야나 장르를 원으로 그린 후 그 가장자리에 점을 찍어 보자. 그리고 또 다른 장르의 원을 그리되 두 원의 가장자리가 만나게 하자. 한 원의 가장자리와 다른 원의 가장자리가 만나는 그 점에 경계선이 그려진다. 마치 한 나라와 다른 나라의 국경선처럼 말이다. 이승윤 본인은 그렇게 각 장르의 원이 만나는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계들이 만나는 그곳이 자신의 자리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자신이 선 자리가 중심이 되어 가고 고착화되어 가는 것을 지양하고 언제나 경계선 너머로 향한다. 그 길 또는 방향은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다. 경계선에서 중심을 꿈꾸는 것이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불안으로부터 기인한 당연한 욕구일 텐데 그는 중앙과 경계의 대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는 데에 특이점이 있다. _〈Part III. 경계선〉 pp. 144~145


그 누가 이 시대의 아픈 영혼을 위해 노래하고 그 삶을 위한 노래를 지어 불러주고 있는가?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에 오르고 있을 뿐, 과연 그 누가 우는 이들과 함께 울고 있으며, 소외되고 주변화된 이들의 작은 성공에 자기 일처럼 크게 기뻐하며 환영하고 함께하기를 원하는가? ‘이승윤 장르’의 경계선적 특징은 바로 이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_〈Part III. 경계선〉 p.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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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숭실대학교를 졸업한 후, 횃불트리니티, 미국 칼빈신학교,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신학, 철학, 윤리학 등을 공부하고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때 꿈꿨던 음악인의 꿈과 여전히 붙잡고 있는 작가의 꿈을 한데로 모아 문화와 철학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마크 트웨인은 말하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밀은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꿈을 던지고 현실에 순응하여 시작한 삶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자리를 맴돌게 할 뿐, 그 고리를 끊어 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어차피 인간의 삶이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매일이 끝으로 나아가는 것. 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받아들여지는 삶과 그런 사회를 소망한다. 끊어 내고 틀 밖으로 나아가는 삶, 거기에 창조가 있다. 경계를 넘어 열어 내는 새로운 날들과 그 속에 있는 것들을 향한 환대를 통해, 모든 실존은 타인을 끌어안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인간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학문과 장르의 융합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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