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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신도 고전학자의 성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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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수

삼인

2023년 01월 20일 출간

ISBN 9788964362327

품목정보 2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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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과거를

라캉은 현재를 말했지만

예수는 미래를 말했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현재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치는 저자가 월간 《기독교 사상》에 ‘평신도 고전학자의 성서 읽기’ 코너로 연재했던 글을 뼈대로 삼고 거기에 우리 고전과 평생 기독교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을 더해 완성했다. 이 책은 저자 유광수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는 무척이나 바쁘셨다. 자식이라도 내가 다가가기엔 조금 어렵고 먼 존재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때 그 시절에는 다들 그랬다. 아들들은 데면데면 조금 멀찍이 떨어져 아버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서먹한 관계였어도 아버지의 말씀은 잘 들었다.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말씀은 어쩌다 들을 수 있는 귀한 지침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모르는 눈앞의 어려움을 헤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나침판 같은 말씀이었다.(4쪽)


질문의 근원인 아버지,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고백의 저변에는 오늘날 달라진 아버지의 위상이 있었다. 자신이 어렸을 바라보고 의지했던 아버지와 오늘날 아버지로 살고 있는 저자 자신의 모습과 무게에서 느끼는 차이이다.


그런데 바뀌었다. ‘아버지는 엄하고 어머니는 자애롭다’는 엄부자모嚴父慈母란 말이 암호처럼 들리는 세상이 되었다. 언제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온통 친근한 아버지, 푸근한 아버지, 허물없는 아버지 타령으로 온 세상이 난리다. 말 잘하지 못하는 아버지나 무뚝뚝한 아버지는 낙제감이다.(65쪽)


마침내 저자는 혼돈을 고백한다. 오늘날 아버지로 살고 있는 자신의 위엄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친구로 편안한 동료가 되어 버리는 순간 원래 있어야 했던 저 위의 아버지 자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걱정한다. 그의 물음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당신은 아버지를 존경하는가, 아니면 무서워하는가?” “아버지를 신뢰하고 따르는가, 아니면 억지로 끌려 다니는가?” “친근한 아버지의 사랑을 진정으로 느끼는가, 아니면 만만하게 여겨 늘 나만 위하는 아버지여야 한다고 여기는가?”(66쪽)


질문은 확대된다. 더욱 직설적이며 당돌한 질문을 거침없이 던진다. 예수 없는 교회가 어떻게 재미있을 수 있단 말인가. 왜 기독교적인 삶을 산 인물들을 교회에서 별로 주목하지 않는가. 어린이 주일과 어버이 주일 설교의 온도차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하나님의 이름은 무엇인가. 모두 똑같은 기도를 하면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줘야 하는가. 왜 핑계를 대는가. 왜 하나님의 자녀라면서 로봇이 되려 하는가. 왜 사랑 없이 가르치려 하는가. 왜 목적만을 추구하며 사는가. 

그의 질문은 잠시 생각을 멎게 하고 말문을 막히게 한다. 너무 원론적이기도, 너무 과감하기도, 너무 직설적이기도 하면서 그의 말처럼 “너무 당연해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에 대해 묻기 때문이다. ‘글쎄 왜 그럴까’ 또는 ‘맞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 하는 사이 유광수는 색다른 이야기 실타래를 푼다. 


고전과 현실과 성경이 뫼비우스 띠처럼 서로의 세계를 넘나든다


저자는 우리의 고전과 성경을 오묘하게 오버랩시킨다. <혹부리영감> 이야기를 풀고, 삼강오륜의 차별적 이데올로기를 고발하고, 홍길동과 전우치를 비교하고, 강태공 이야기를 들려주고, 열녀론을 비판하며 『청구야담』의 한 페이지를 들추고, 심지어 <변강쇠가>의 변강쇠와 옹녀까지 불러내고, <여우누이>와 황주목사 아들들을 소환하고, <박씨전>을 분석해주고, <장자못 전설>을 들려준다. 

한편 현재 일어나는 이들을 거침없이 비판한다.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아래 사람 있는 세상이라고, 금수저·은수저·흙수저가 있는 현실이라고, 부모의 과잉보호로 자식들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한다고, 결과만 보고 본질은 흘려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주객이 전도된 것도 모른 채 살아간다고, 운명론에 갇혀 자신을 잃고 산다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저자, ‘아버지’는 미래를 말했다


저자는 안타까워하며 다시 한 번 고백한다. ‘아버지 당신’이 너무나도 그립다고 말이다.


지금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자리에 여호와든 야훼든 하나님을 넣어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과연 어떤 답이 나오는가?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는 천금과 같다. 함부로 부를 수 없다. 무섭고 멀고 귀찮아서가 아니다. 감히 막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간절하기에 그렇다. 든든한 버팀목이자 끝없는 후원자인 그분이기에 그렇다. 그런 그분이 나를 응원하고 지켜보시기에 비록 나는 약하지만 강했고 부족했지만 넉넉했다. 눈물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었다. 이름의 무게를 알지 못하는, 아니 이름에 무게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린 시대에, 정말이지 ‘아버지 당신’이 너무나도 그립다.(67쪽) 


하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스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며, 그 길을, 시간을, 기회를 주는 ‘아버지’의 관용을 전한다. 아직 기회가 있음을 강조한다.


부활한 예수는 ‘과거’에 자신을 배신한 것을 책망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두려움에 떨고 있는 옹졸함을 지적하지도 탓하지도 않았다. 오직 예수는 ‘미래’를 말했다. 제자들은 예수가 말한 미래를 믿었다. 그들은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고 현재에 머무르지도 않았다. 미래를 말한 예수가 떠난 뒤, ‘미래는 자신들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들은 나섰다. 예루살렘에 모였고 기도했고 기다렸다.

후회하고 낙심하고 좌절한 사람들, 분노하고 울분에 차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예수는 과거도 현대도 아닌 미래를 말했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믿음을 가지라고, 용기를 가지고 한 걸음 내딛으라고 부탁했다. 

예수의 부탁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 부탁은 나와 당신에게 무모한 제자들이 되기를 권유한다. 그 무모함은 과거에 좌절하지 말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는 권유다. 미래를 만들어가라는 간곡한 부탁이다. (248쪽)


목차


들어가는 말 


교회 가기 싫은 이유? 재미없으니까


관심도 없고 철학도 없고

언젠가 돌아올 테니 내버려 두라 하고 

옛날 교회는 참 재미난 곳이었다

한 번 속고 두 번 속고 그리고 또 속고

[고전 한 스푼]


소금이 녹으면 보이지 않는다


교회는 윤동주를 말하지 않는다, 당연히?

시를 썼기에 시인이다, 당연히?

매력적인 사람은 멋지다, 당연히!

소금은 녹아야 짜다, 너무나도 당연히

[고전 한 스푼]


아뿔싸! 목사님도 부모였던 거다


안전(?)을 택한 교회의 5월, 다른 날 다른 온도

안방에선 시어머니 편을 들고 부엌에선 아내 편을 들라고?

삼강오륜과 차별적 이데올로기

효도인가, 강박인가?

[고전 한 스푼]


아버지, 그 이름의 무게


3인칭 ‘당신’의 입체성

이름이 그 본질이다

하나님의 이름은 무엇인가?

아버지의 이름, 휘·자·호

아버지 이름의 무게

[고전 한 스푼]


“왜 꼭 너여야 하는데?”


“우리 애에게 복을 내려주세요, 제발!”

모세의 3막 인생

예수는 도깨비가 아니다

홍길동이 될래? 전우치가 될래?

설렁설렁해도 되는 삶이란 없다

[고전 한 스푼]


깍두기도 이스라엘을 구원했다


구별이 차별이 되는 세상

깍두기 삼갈과 시시한 인생 

“안다, 안다, 내가 안다.”

[고전 한 스푼]


백마 탄 왕자가 눈이 삐었냐? 너에게 오게


“그건 기본이고요”

금수저·은수저·흙수저

때를 기다리는 자

바람을 불게 하는 자는 누구인가?

[고전 한 스푼]


예끼, 당나귀만도 못하다니…


과학 공부를 못한 공연한 핑계

바리새인과 서기관, 그 악명의 근원

짐승만도 못한 선지자

정승 아버지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차라리 가르치지 말자, 사랑 없으면

[고전 한 스푼]


어느 섹스중독증 환자의 핑계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억울해도 탓하지 말란다, 하나님이

절륜한 변강쇠와 사람 잡아먹는 옹녀

현실도피로서의 중독

핑계, 그 무한한 해로움

핑계의 장막을 거둬야 시작할 수 있다

[고전 한 스푼]


여우가 되든지 그물을 버리든지


배은망덕한 이야기

갑갑하고 난감한 이야기

귀신이 곡할 이야기

황당하지만 황당하지 않은 이야기

[고전 한 스푼]


왕도 하지 못한 일


일어나지 않을 일과 누군가의 열정

그 지긋지긋한 산당

이기적인 하나님의 한숨과 탄식

당신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고전 한 스푼]


어수선한 번잡함의 장막을 치고


말하는 이는 ‘요점만 간단히’

듣는 이는 ‘과정과 맥락을 꼼꼼히’

세 가지 장벽

그리고 하나 더

[고전 한 스푼]


포스트모던한 시대의 불량아들


늙고 병든 아버지와 막 나가는 아들들

망나니 두 아들이 가문을 멸망시키다

고뇌와 탄식의 아버지 코스프레

불량 아들? 불량아들?

[고전 한 스푼]


목적이 이끄는 삶의 피곤함


왜 사냐고 물으면 차라리 웃을까

주객전도를 모르는 사람들

행복은 ‘더하기’다

달란트를 쓸 것인가, 묻을 것인가?

하나님의 자녀라면서 로봇이 되려는 사람들

율법을 지키는 삶과 얽매이는 삶은 아주 다르다


예수의 황당한 부탁과 무모한 사람들


부활 승천, 그리고 야속한 부탁

운명론에 갇힌 사람들

혈액형인가? MBTI인가?

프로이트는 과거를 말했고 라캉은 현재를 말했지만

예수는 미래를 말했다

[고전 한 스푼]


소돔은 동성애로 망한 것이 아니다


욕심쟁이 부자는 쪽박까지 깼다

소돔에는 의인 열 명이 없었나?

그들 모두 공모자였다

동성애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속 편하다

[고전 한 스푼]


참고자료


본문 펼쳐보기


어릴 적 내가 다니던 교회는 가난한 개척교회였기에 목사님 혼자 어른들을 상대로 목회를 하는, 교육적으로는 불모지 같은 교회였는데도 아이들은 교회가 재미있었고 교회 가는 것이 행복했다. 지금은 온갖 교육 방법의 세련된 프로그램이 넘쳐나는데도 재미없단다. 애들이 시큰둥하다.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을 두고 “기다리면 돌아와요”만 줄기차게 읊조린다. 교회가 무슨 부산항인가, 기다리면 돌아오게. 한 마디로 요즘 교회에서 목청껏 다음 세대를 위한 목회를 한다고 외치지만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재미없다. 막말하자면 옛날에 비하면 한참 후지단 말이다.(22쪽)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파도를 일으키려는 사람이다. 제 힘으로 제 손으로 제 몸으로 파도를 일으키겠다는 거다. 이런 사람들이 사실 세상에 많은 어려움과 문제를 만들어낸다. 주목받기 위해 있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만들어낸다. 파란을 일으킨다. 풍랑을 일으킨다. 참 어리석은 짓이다. 파도는 바람이 불어야 일어난다. 그 바람은 하나님이 일으켜주어야 한다. 은혜의 바람은 풍랑이 아닌 멋진 파도를 일으킨다. (111쪽)


성경은 말했다. 행복하고 싶으면 자기 달란트를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하라고 말했다. 자기 달란트를 잃을까 두려워 땅에 묻는 것은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불행하고 싶지 않아 한 일이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불행하지 않은 삶’은 빼는 삶이다.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는 삶이고, 목적이 이끄는 것에 매여 끌려 다니는 수동적 삶이다. 잘해야 중간이다. ‘행복한 삶’은 더하는 삶이다. 무언가 하는 삶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마음껏 향유하는 능동적 삶이다. 여기에 기쁨이 있다.

무엇을 할지는 스스로가 잘 안다. 하나님이 각자 자신들에게 ‘그 재능대로’ 이미 주셨으니 그것을 찾아 누리고 즐기면 된다. 그림 잘 그리는 재능을 받은 사람에게 노래를 불러 하나님께 영광 돌리라고 하는 일은 없다. 하나님은 이상한 양반이 아니다. 미술 재능을 주셨다면 그것을 하라고 주신 것이고, 음악 재능을 주셨다면 노래를 부르라고 주신 것이다. 하나님은 현명하고 사리가 분명한 분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한탄하지 말고,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며 그 달란트에 집중해야 한다. 행복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열정을 쏟으며 나아가는 것이다. 실패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행복은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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