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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한 송이 꽃

사랑을 향한 순례의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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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1)

꽃자리

2024년 08월 20일 출간

ISBN 979118691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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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아내와 딸, 동료, 청년 등과 나눈 '인간의 실상'과 '망각한 역사', '연민과 공감'과 '혐오와 배제', '인생'과 '몸의 윤리', '신앙의 본질'과 '종교', '영성'과 '신성', '우정'과 '타자', '쉼'과 '평화' 등 12편의 대화와 멀리서 밝혀 오는 불빛의 따뜻함과 같은 11편의 편지로 구성된 이 책은 어두운 일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인생의 아름다움과 신앙의 깨우침을 드러내 준다. 


대화든 편지든 이 모든 과정에 평생 수많은 세계의 지성들과 지적 대화를 하면서 말씀 전달자 역할을 해 온 저자 김기석의 지혜나 관조는 대화에 참여한 이들의 시각을 바꾸고, 자숙과 참회와 자정의 경지로 이끄는 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삶에 지친 이들이나,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나, 아예 모든 문제에는 감각이 없는 둔감한 이들도 위로와 격려를 받고, 각성과 책임의 도전을 함께 받게 된다.


목차


책을 열며 / 한 가닥의 실을 건네는 심정으로


대화

가면과 맨 얼굴

영성의 깊이란 무엇일까

슬픈 몸, 고마운 몸

우정을 이용하지 말라

경계를 넘어

쉼, 평화의 시작

우리의 사티하그라하

인생은 살만한가

기억과 망각 사이

색칠해진 새

타락한 영혼의 징표

우리는 신성함을 믿어야 한다


편지

직선의 시간을 넘어

서럽고 고단한 삶이라 해도

하늘을 나누지 말라

고요함 속에서 부르는 생명의 노래

만파식적의 꿈

5월의 산에서 드리는 편지

생명의 실상

일상으로 그리는 이야기

크리소스토모스를 그리워하며

위험한 시대의 성찬

아낌만한 것이 없다


본문 펼쳐보기


사람을 아끼는 것이 참 삶의 시작일 겁니다. 특히 세상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채 뒤쳐진 사람들,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 이들,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을 아낄 줄 모른다면 우리는 결코 참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아낌만한 것이 없다」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 외람되지만 제 사무실에 붙여놓은 노자의 글귀입니다 “배움을 위해서는 날마다 더해가고, 진리를 위해서는 날마다 덜어가라”는 이 말씀을 나의 일상의 지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5월의 산에서 드리는 편지」



종교란 사람들이 까맣게 잊고 살고 있는 하늘에 대해 말해 주고, 지금 울고 있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배고픈 이를 위 해 밥상을 차리고, 일상의 시간 속에 영원의 숨결을 불어넣는데 그 본령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늘을 나누지 말라」



예수님의 가르침은 몸을 매개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열병 들린 시몬의 장모의 손을 붙잡아 일으키고, 한센병 환자의 환부에 손을 대고, 앞 못 보는 사람의 눈을 어루만지시는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동료 인간들의 아픔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담긴 그 손길이야말로 살림의 손길일 것입니다.

「직선의 시간을 넘어」



나는 예수님께서 투박한 갈릴리의 어부 시몬에게서 반석 곧 ‘베드로’를 보아내셨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뛰어요. 타락한 세상의 눈길들은 서로의 허물 찾기에 익숙하지만, 예수님의 눈길은 각 사람 속에 깊이 감추어진 작은 가능성을 크게 보신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용기가 나요. 나를 향한 주님의 시선도 그러하리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잿빛으로 보이던 삶은 돌연 화창한 삶으로 바뀌곤해요.

「서럽고 고단한 삶이라 해도」



가끔은 멈추어 서서 걸어온 자취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영혼이 왜 이리도 팍팍하게 되었는지, 작은 자극에도 왜 그리성마르게 반응하며 사는지, 세상의 아픔에 대해 어쩜 이리도 둔감하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고요함 속에 부르는 생명의 노래」



가장 비근한 일상은 때로 우리로 하여금 멀미를 하게 합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이 지옥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비근한 일상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망이야말로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기도 합니다. 일상은 우리를 넘어뜨리는 걸림돌일 수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디딤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사소한 눈짓, 몸짓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명멸하는 불빛입니다. 그 불빛들이 모여 생을 이루는 것이겠지요?

「일상으로 그리는 이야기」



작가는 일상의 음식인 빵과 포도주가 성찬의 빵과 포도주로 변하는 것은 타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일을 거칠 때, 진실과 형제애를 가슴에 품을 때라고 말합니다. 으깨지고 짓밟힌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부둥켜안을 때 거룩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게 바로 성찬의 신비 아니겠습니까?

「위험한 시대의 성찬」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모든 근본주의의 뿌리야. 타자에 대한 폭력은 흔히 자기 생각의 절대화에서 비롯되는 걸 거야.

「가면과 맨 얼굴」



그런데 명심해야 할 것은 상생을 위한 떫음이 아니라 자기 욕망충족을 위해 떫다가는 버림을 받기 십상이 라는 거지. 떫음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말이야. 가을이 되면 단맛을 품어야지. 인생의 가을이 되었는데도 떫기만 한 사람들도 있거든.

「경계를 넘어」



겸손은 자존심의 무게로부터 우리를 해방해주고, 봉사는 강박관념을 씻어주고, 공부는 자기 자신을 텍스트로 삼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쉼 평화의 시작」



우리 삶이 누추해지는 것은 지켜야 할 자아가 너무 강하기 때문일 거예요. 자아, 그것은 우리 삶의 울타리처럼 보이 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를 가두는 벽이자 올무이지요. 지나 온 삶의 퇴적물인 자아는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자율적으로 움직이려 하지요.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잃는 한이 있 더라도 자아의 울타리는 무너뜨리지 않으않으려고 하지요.

「쉼 평화의 시작」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 그들의 텅빈 영혼보다 텅빈 주머니에 더 마음을 쓰는 이들을 보면서, '인간의 영혼이 타락하면 한 조각의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기억과 망각 사이」



버림 받은 이들의 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쉴 곳을 찾아 날아온 새와 같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현실은 정말 안타깝거든요. 머리 둘 곳조차 없었던 예수는 모두의 품이 되어 주셨지요. 그러나 부유하게 된 많은 교회들은 오히려 그 품을 잃어버렸어요.

「색칠해진 새」



전 이렇게 생각해요. 진리의 길에서 멀어진 사람일수록 남의 허물을 잘 들추어낸다고요. 깨끗한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깨끗하지만, 더러운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더러운 법이거든요. 예수님에게는 버릴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만, 스스로 의로운 체하는 이들은 모두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그런 사람들은 점점 무분별하게 되고, 헛된 말로 사람들을 미혹하고, 불의한 행실로 세상을 어지럽혀요. 그들은 가증하고 완고하고 선에 무능력한 사람들입니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삶이잖아요?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정직할 때가 많아요.

「타락한 영혼의 징표」


추천의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독자들이 대화에 끼어들어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살피고, 자신들의 믿음을 살피고,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더 넓고 깊게 파악하고, 우리 교회와 사회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에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하다보면,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단계로 스스로 승화하는 체험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대화 상대자가 누구이든, 거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누구도 상대를 억압하지 않는다.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고뇌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같은 문제로 고심하던 작가들이나 신앙인들의 의견을 그들의 작품(시, 소설, 미술, 기타 장르)을 통해서 듣다가 보면 대화는 어느새 상상도 못한 차원으로 옮겨진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는 독자들도 이 대화에 스스로 참여하여 문제를 파악하고, 끝내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힘입어서 선한 양심이 하나님께 응답하는'(벧전 3:21)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확신까지 가지게 된다.

민영진|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구약학자, 성서번역가, 시인



저는 이 책에서 이 시대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로 ‘아낌’을 말하는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기석은 생태계의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아낌’을 절실한 도전으로 인식합니다. ‘아낌’이 예수가 보여준 삶의 핵심이고, 사람을 아끼는 것이 참 삶의 시작(313쪽)이라는 것입니다. 김기석은 아낌이야말로 우리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지름길이라면서 “예수의 마음, 즉 ‘아낌’이라는 단어 하나를 화두처럼 붙들고 살라”(317쪽)는 부탁으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노자가 오래 전에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는 아낌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을 한 건 맞지만 현직 목사가 성경에 나오지 않는 단어나 개념을 차용하지 않고 예수가 보여준 삶의 핵심을 이야기한 부분이 고맙고 놀라웠습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끊어낼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들로 인해 생겼던 어두운 일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고마운 이유입니다.

지강유철|작가, 전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 『장기려 평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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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1)
일상의 세계 속에 담겨 있는 하늘빛을 보여 주는 저자의 글에서 우리는 수도자의 마음과 시선, 그리고 문학의 향기를 접한다. 목회자이자 평론가인 저자의 글은 잔잔하면서도 풍요롭다. 그건 참 묘한 경험이다. 침착함 속에 넘치는 열정과 그저 무심한듯 지나치는 것 같으면서도 깊숙이 응시하는 성찰의 힘을 느끼게 된다. 시, 문학, 동서고전을 자유로 이 넘나드는 진지한 글쓰기와 빼어난 문장력으로 신앙의 새로운 층들을 열어 보이되 화려한 문학적 수사에 머물지 않고 질펀한 삶의 현실에 단단하게 발을 딛고 서 있다. 그래서 그의 글과 설교에는 '한 시대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병든 사람들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세계의 표면이 아닌 이면, 그 너머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번득인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 《김기석 목사의 청년편지》, 《삶이 메시지다》, 《흔들리며 걷는 길》, 《기자와 목사, 두 바보 이야기》, 《끙끙 앓는 하나님》, 《죽음을 넘어 부활을 살다》 외 다수의 책을 저술했으며, 《예수 새로 보기》 외 다수의 책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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